내가 본 건, 분명히 '그 아이'였다

지수는 폐교에 남아있던 낡은 교실에서 노트북을 켰다.

준호가 말했다.

"그만하자, 지수야. 넌 착각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지수는 흔들리는 손으로 하나의 사진을 열었다.

그곳엔, 몇 달 전 실종된 친구 **‘서연’**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봤어. 어제 버스 정류장에서. 진짜야."

준호는 침묵하다가 한마디 했다.

"지수야, 넌… 서연이란 애를 만들어낸 거야."

지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아이

지수는 방 안에서 노트북을 켰다.

사진 폴더엔 여전히 서연이 있었다.

함께한 여행, 생일 파티, 놀이공원…

하지만 메신저 기록은 모두 삭제돼 있었다.

SNS에도 서연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오래된 사진 파일 하나를 열었을 때—

사진 속 ‘지수’ 혼자만 있었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이럴 리 없어…"

기록을 쫓는 그림자

도시 외곽.

한 여성이 실종 전단을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녀는 정부 정보기관의 기록관리원이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또 하나 지워졌군."

그녀의 USB엔 ‘삭제 보류 인물’ 리스트가 있었다.

그중 하나에 체크 표시가 되어 있었다.

김지수 (삭제 보류 중)

정서연 (삭제 완료)

그녀는 USB를 다시 닫으며 말했다.

"기억하는 자가 하나 남았네."

반전: 그 아이는 ‘나’였다

지수는 사람들에게 전단을 들이밀었다.

"혹시 이 아이 보신 적 있으세요?"

하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한 꼬마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언니… 그거, 언니잖아."

지수는 멍해졌다.

전단 속 얼굴을 다시 봤다.

그곳엔 지수 본인의 사진이 있었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간 장면들.

친구들과 웃으며 찍었던 사진들,

서연이라고 믿었던 그 아이—

모두 자신의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USB를 닫았던 ‘기록관리원’ 여성이 그녀의 집 앞에 나타났다.

"김지수, 당신의 삭제가 재개됩니다."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수는 비로소 깨달았다.

사라진 건 친구가 아니라, 나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