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는 박은빈이다. 박은빈이 우영우의 말을 하고, 우영우의 행동을 하며, 우영우의 눈빛을 할 때 우리는 우영우라는 존재를 투명하게 응시할 수 있게 된다.
그건 그가 자폐를 가진 이의 연기를 탁월하게 해냈다는 성취를 넘어선다. 박은빈은 모든 순간에 영우의 마음을 놓지도 잃지도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하는 그의 몸짓과 걸음과 행동은, 그저 그가 실재하고 있다는 실감일 뿐이다. 어떤 연기는 감탄을 넘어 믿게 만든다.이미 시청자는 우영우를 믿고 있고 그를 응원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2021년이 아닌 2022년에 방영된 건 박은빈이 세 번이나 고사한 우영우 역을 다른 배우로 대체하지 않고 1년을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후일담도 화제가 된다.


하지만 박은빈은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실망시키지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화면 속에 서있다. 이는 어떤 아역배우가 역변없이 성인이 되고, 흑역사 없이 주연배우가 된 것 이상의 의미다. <청춘시대>의 지원이 그랬듯 <스토브리그>의 세영이 그랬듯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송아가 그랬듯이 그리고 <연모>의 휘가 그러했듯이.

그는 반짝이다 명멸하는 스타가 아니라, 믿음직스러워서 사랑하게 되는 배우다.어떤 청춘도, 어떤 팀장도, 어떤 늦깎이도 또 어떤 남장여자도, 이제는 어떤 장애인도.

박은빈은 흡사 배역에의 몰입이라는 깊은 물을 헤엄치는 고래같다. 영양가가 높고 내용물이 다 보여 믿음직스러운, 그래서 우영우가 사랑하는 김밥의 인간화 같기도 하다. 박은빈의 빛은 그렇게 은은해서 더 강력한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