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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들 저녁먹고 심심할텐데 이거한번보자

해로(58.236) 2011.03.18 21:28:06
조회 141 추천 0 댓글 3

안녕하세요

저는 31살의 남자입니다.

글을 쓰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의 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또 많이 힘들었을 제 사랑하는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작년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교통 사고로 인해 하반신마비가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연봉, 학벌..모두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모든것보다 더 소중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아주 예쁜 얼굴을 가졌고, 그 얼굴보다 더 예쁜 마음을 가진 친구입니다.

사고가 났을때..하반신마비 판정을 받았을때..부모님보다 더 먼저 생각나고

보고싶었던게 바로 그녀였습니다. 내가 앞으로 하반신을 쓸 수 없다는 사실보다

그녀와 앞으로 함께 할 수 없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그녀를 처음 본 건 5년 전, 학교 캠퍼스에서 였습니다.

웨이브진 긴 생머리에 생긋생긋 예쁜 눈웃음, 뽀얗고 맑은 피부..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녀가 우리학교 약대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1년 반을 쫓아다녔고 1년 반만에 우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제 친구들 모두가 부러워 했고 그녀가 제 여자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 21살, 저는 26살 이었습니다.

저보다 5살이나 어리기도 하고 제 눈에는 마냥 예쁜 그녀를 위해 모든걸 다 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항상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몇 년이 지나, 저는 좋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그녀는 약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올해 겨울..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불미스러운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사고 후..겨우 정신을 차린 저에게 했던 그녀의 첫마디는 \'오빠 너무 다행이야..고마워\' 였습니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았을걸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25살이라는 어린 나이..감당하기 힘든 짐을 짊어지게 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너무 착한 그녀가 저에게 미안해서 말 하지 못할까봐..

미안한 마음에 날 떠나지 못할까봐..제가 그녀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일주일 고민 끝에..병원에 온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얘기를 듣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제발 그러지말라고 오히려 애원을 합니다.

한참을 울던 그녀가 내일 또 오겠다며 내일은 제가 좋아하는 메론을 사올테니

보고싶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며 그 예쁜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가 너무 마음이 아파 그녀가 병실을 떠나자마자

겨우 참고있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의 내가 잡고 있기에 그녀는 너무 가진것이 많았습니다.

그 외모에, 그 학벌에, 그 집안에 약사라는 좋은 직업까지..

분명 많이 대쉬를 받아왔을 겁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그녀이기에 내가 더 초라해보이고 죽고싶었습니다..

그 후로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오는 그녀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매일 아침 그녀의 출근시간, 점심시간에 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저를 향해 더 환하게 웃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매일 병원에 찾아와 오늘 하루 일과를 얘기하고 그냥 돌아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아무 대답도 없는 저에게 \'내일 또 올께..\' \'내일 다시 올께..\'

그러던 어느 날..역시나 \'오빠 나 내일 또 올께..그리고 이거 꼭 읽어봐\' 라며

침대위에 편지를 놓고 갔습니다.

download.jsp?FileID=16850953

오빠~안녕? 지금은 새벽두시야.

내일 출근도 일찍해야하는데 잠이안와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왜 내전화안받아?

왜 나한테 마음에도 없는 미운소리해?

뭐.그래봤자 난 끄떡도 없지만~

난 내일도 일끝나면 바로 오빠한테 갈거야

내일도 가고 모레도 가고 매일매일 갈거야

오빠가 나 아무리 떼어내려고해도 소용없어

내 20대 초반. 한참 예뻤을 나이의 청춘을 다 가져가놓고,

그 어리고 풋풋했던 내 몸과 마음을 다 가져가놓고!

이런식으로 무책임하게 나올꺼야?

매일 나 없으면 어떻게 사냐고 하더니

이젠 나 없어도 살수있단말이야?

그래. 오빠말대로 오빠보다 젊고 멋지고 능력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볼까!! 생각했었어

근데 나 그렇게 못해. 절대 못해 오빠

나 4년을 오빠만보고 오빠만 의지하면서 살았어

항상 오빠가 나 때문에 행복하길 바랬어

그래서 열심히 살았어. 오빠와의 미래만 그리며 살았어

근데..그런 나한테 이제와서

오빠를 지워버리라는건 말도안돼.

오빤 나한테 한없이 베풀기만 하는 사람이었고

난 그동안 받기만 했잖아..이제 나한테도 기회를 주면 안될까?

내가 오빠의 팔이되고 다리가 될게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도 어떤 시선도 다 겸허히 감당해낼께

이건 오빠가 말하는 동정도 아니고

우리가 만난 수년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아니야.

난 오빠를 내 온마음을 다해 사랑해..

지금 오빠와 나의 상황을 바꿀수만 있다면

난 단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할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를 받아줘. 우리 그냥 그대로..행복하게 살자

오빠도 알지? 나 꽤 능력있는 여자인거

다른 부부들이 함께 버는것 보다 돈도 훨씬 많이 버는거 알지?

그러니 모든 걱정 떨쳐버리고..나에게 미안한 마음 날려버리고

나랑 결혼해줄래?

오빠와 아침을 먹고, 함께 저녁식사를 만들고,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싶어

여태까지 오빠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들..이젠 내가할께.

오빤 그냥 따뜻한 눈빛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날 변함없이 사랑해주면 돼. 내일은 제발..

내 눈 피하지 말고 그 멋진 눈길로 나 보면서 웃어줘

우리 처음 만난 그때처럼, 난 아직도 오빠를 보면 설레.

변함없이 오빠를 사랑해..보고싶다 내 전부..♥

그 편지..그녀의 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더이상 사랑하는 나의 그녀를 밀어낼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욕심 내기로 했습니다.

욕먹어 마땅하다는것 알고 있습니다.

돌을 던지신다면 기꺼이 맞겠습니다.

나중에 그녀가 지금 이순간을 후회하지 않을까 겁이납니다.

하지만..저는 그녀를 제 목숨보다 사랑합니다.

그녀를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줄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사랑할 자신은 있습니다.

제 온 마음과 온 열정을 다해 사랑할겁니다..

2011년 4월 16일, 그녀의 생일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고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랑이 됩니다.

부디 많이 기도해주시고 축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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