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천장이다, 남자가 깨어나 처음으로 한 생각이었다.

눈이 부시는 조명, 코끝을 스치는 약품 냄새.

옆에서 삑-삑-대는 소리에 이 곳이 입원실임을 알았다.

“…”

몽롱한 정신이 빚어내는 착란 속에서 남자가 각성하기 시작한다.

경황이 없던 그였으나 사고가 재부팅 되는 것은 빨라, 본인이 누구인지부터, 자신이 왜 병실에 누워있는지까지 일련의 사고를 끝마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분명 자신이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게 된 그였다.

물론 살아남았다는건 좋은 일이지만, 남자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옥도로 변했던 그 날의 산 속에서 자신이 멀쩡히 구조된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나.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몰라도, 이 의문을 해소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 될 것임을 남자는 느꼈다.

그 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벌벌 떨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그였지만, 무언가 단서를 찾기 위해 골똘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그래. 심마니인 내가 한 노인을 만나 삼을 캐오라는 의뢰를 받고, 산을 올랐던 것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봐야겠지.

반신반의 하면서도 오른 산길의 끝에서, 정말로 삼을 발견했을때는 얼마나 기뻤던지.

그 기쁨도 잠시, 들이닥친 중무장한 특수부대원들에게 영문도 모른채로 쫓겼을 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도망치기를 한참, 갑자기 하늘 위에서 나타난 가면 쓴 노인이 그들을 가리키니 조각나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지.

처음엔 살아남은 줄 알았는데, 하늘위에 여러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나서는 그 이후론…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추격도 오히려 더 격렬해졌고.

모든 파란을 피하러 숨어든 한 동굴에서 이대로 가단 죽겠다 싶은 마음에 삼이라도 먹자 싶어서 통째로 삼을 먹어치웠더니, 먹어치웠더니?

눈을 감은 채 여기까지 생각을 이어나간 남자는 이내 괴상한 표정을 지어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 뒤로 떠오른 기억이 너무 이상하지 않았던가.

삼을 먹자마자 끔찍한 고열과 통증에 휩싸이며 온몸의 뼈마디가 뒤틀리는 감각에 신음하다, 도중에 동굴까지 쫓아온 특수부대 한 무리에게 열파를 쏘고 기절한 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