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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밍으로 야설 쓰는데 19금 묘사가 안나옴

그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6 20: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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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내려앉은 성 클레어 대성당의 새벽.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희미한 빛줄기가 제단 위를 성스럽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 무릎 꿇은 한 수녀의 모습은 마치 경건한 성화의 일부 같았다. 칠흑 같은 수녀복 위로 흘러내리는 은색 머리카락만이 유일하게 색채를 더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녀 일러밍.


그녀는 이곳 성 클레어 대성당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фарфоровая кожа와 날카로운 턱선은 범접하기 어려운 도도함을 풍겼다. 신도들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경건함에 감탄했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서늘한 거리감에 쉬이 다가서지 못했다.


"…저희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양들을 당신의 빛으로 인도하소서."


나지막한 기도문이 공허한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기도문과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속눈썹 아래 감춰진 푸른 눈동자에는 지루함과 일말의 갈증이 뒤섞여 있었다.


'따분해.'


낮의 세계는 언제나 이렇게 지루했다. 느리고, 예측 가능하며, 자극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밋밋한 시간의 연속. 태양은 그녀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오랜 세월 단련된 덕분이다), 신경을 긁는 불쾌한 자극이었고, 인간들의 나약한 감정은 홍수처럼 밀려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밤의 종족, 흡혈귀. 그것도 아주 오래된 혈통의 귀족이었다. 어쩌다 수녀가 되었는지는 긴 이야기지만, 중요한 것은 이 수녀복이 그녀의 본성을 가리는 가장 완벽한 위장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위장은 완벽할수록 그 속의 본성은 더욱 뒤틀린 형태로 발현되는 법. 그녀의 내면에는 도도한 외피와 상반되는, 은밀하고 도착적인 욕망이 꿈틀거렸다. 바로 '음란한 것'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과, 고통 속에서 극한의 쾌락을 느끼는 마조히즘 성향이었다.


'어젯밤, 그 어리석은 악마 숭배자 놈들… 너무 싱겁게 끝났어.'


그녀는 어젯밤의 '사냥'을 떠올렸다. 도시 뒷골목에서 금지된 의식을 치르던 자들을 처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각들은 아직도 생생했다. 악마 숭배자가 휘두른 저주받은 단검이 팔을 스쳤을 때의 짜릿한 통증, 비명과 함께 터져 나온 피의 향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자신의 강렬한 존재감.


그녀는 고통을 갈망했다.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 아니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살갗이 찢어지고 뼈가 울리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감각. 그것은 그녀가 살아있음을, 다른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증표였다.


"...아멘."


기도를 마친 일러밍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성당 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침 미사를 준비하러 온 다른 수녀들이었다. 일러밍은 순간적으로 표정을 갈무리했다. 다시 얼음처럼 차갑고 경건한 수녀의 가면을 썼다.


"일러밍 수녀님, 일찍 나오셨네요."

"네, 마리아 수녀님. 주님 안에서 평안한 아침입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며 스쳐 지나가는 순간, 일러밍은 마리아 수녀의 손목에 감긴 낡은 묵주 팔찌에 시선을 빼앗겼다. 투박하고 거친 나무 알갱이. 저것이 피부에 강하게 눌리면 어떤 느낌일까. 붉은 자국이 남을까? 아니면…


'…이런, 또.'


일러밍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신의 도착적인 취향에 진력이 났다. 그녀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2] 밤의 장막, 깨어나는 본능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고 도시가 인공의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일러밍의 감각도 서서히 깨어났다. 낮 동안 억눌렸던 흡혈귀로서의 본능이 기지개를 켰다. 귓가에는 더 많은 소리가 잡히기 시작했고, 눈은 어둠 속에서도 사물의 윤곽을 뚜렷하게 구분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의 고동 소리마저 선명하게 느껴졌다.


수녀원 방 안, 일러밍은 창밖을 응시하며 천천히 수녀복을 벗었다. 칠흑 같은 수녀복 아래 감춰져 있던 것은 예상외로 실용적인 검은색 전투복이었다. 몸에 꼭 맞는 특수 소재로 제작되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웬만한 충격에는 버틸 수 있었다. 허리에는 은으로 도금된 단검 두 자루와 성수가 담긴 작은 병 여러 개가 달린 벨트를 찼다. 흡혈귀가 은과 성수를 지니고 다닌다는 것은 아이러니했지만, 그녀가 상대해야 할 존재들 중에는 이런 '신성력'에 약한 것들이 많았다.


"후우…"


차가운 밤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낮 동안 쌓였던 답답함과 지루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지금부터는 수녀 일러밍이 아닌, 밤의 해결사로서의 시간이다.


그녀는 창문을 열고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3층 높이였지만 가볍게 착지한 그녀는 그림자처럼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지붕과 지붕 사이를 건너뛰는 그녀의 움직임은 인간의 눈으로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우아했다. 마치 밤의 도시를 무대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오늘 밤의 목표는 명확했다. 최근 들어 도시 외곽에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경찰은 단순 가출이나 강력 범죄로 추정했지만, 일러밍이 '냄새'를 맡은 바로는 평범한 인간의 소행이 아니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목격 지점 주변에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어둠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하급 악마인가, 아니면 타락한 마법사인가… 어느 쪽이든 좋지.'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어떤 상대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사냥'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자극'이었다.


[33] 음욕의 그림자, 뒤틀린 쾌락


실종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역은 오래된 공장 지대였다. 녹슨 철문과 깨진 유리창,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곳. 일러밍은 가장 높은 공장 지붕 위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흡혈귀의 뛰어난 감각으로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감각에 무언가가 잡혔다. 희미한 비명 소리. 그리고… 역겨운 유황 냄새와 뒤섞인 달콤한 공포의 향기.


'찾았다.'


일러밍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버려진 창고 건물 안.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괴물.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뒤틀린 형상의 존재가 겁에 질린 여성을 붙잡고 있었다. 끈적한 점액질로 뒤덮인 피부, 비정상적으로 긴 팔다리, 그리고 탐욕스럽게 번들거리는 여러 개의 눈. 전형적인 하급 악마, '음욕의 그림자(Shadow of Lust)'였다. 인간의 공포와 절망을 먹고 힘을 키우는 저급한 존재.


"크크큭… 더… 더 두려워해라! 너의 공포는 최고의 만찬이다!"


악마가 여성을 향해 입을 벌리는 순간, 은빛 섬광이 어둠을 갈랐다.


챙!


일러밍이 던진 은제 단검이 악마의 팔뚝에 정확히 박혔다. 신성력을 담은 은은 악마에게 맹독과 같았다.


"크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악마가 여성을 놓쳤다. 일러밍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창고 안으로 뛰어내려 여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리석은 것. 감히 나의 영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일러밍은 허리춤의 다른 단검을 뽑아 들었다. 악마는 상처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경악했다.


"네, 네년은…! 흡혈귀? 아니, 성력을 다루는 흡혈귀라고?!"


"질문이 많구나. 하긴, 곧 죽을 목숨이니 궁금한 것도 많겠지."


일러밍은 비웃으며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악마도 긴 팔을 휘두르며 반격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일러밍의 옆구리를 스쳤다.


"큭!"


전투복이 찢어지고 살갗이 베였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일러밍의 표정은 고통스러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희미한 홍조를 띠며 더욱 생기가 돌았다.


'아… 이 감각…!'


통증은 그녀에게 불쾌함이 아닌, 살아있다는 강렬한 실감과 흥분을 안겨주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온몸의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악마의 공격을 피하며 파고든 일러밍은 단검으로 놈의 다리 힘줄을 끊었다.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잃은 악마의 복부에 성수를 뿌렸다.


"크아아아악! 이, 이 빌어먹을!"


성수가 닿은 부위가 끔찍하게 타들어 가며 악취를 풍겼다. 악마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처절한 모습,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일러밍은 그 광경을 보며 묘한 흥분을 느꼈다. 타인의 고통을 보며 즐거워하는 가학적인 쾌락과는 달랐다. 그것은 극한의 상황에서 발현되는 생명의 발악, 그 원초적인 에너지에 대한 도착적인 매혹이었다.


'더… 더 발버둥 쳐 봐. 너의 추악한 절망을 내게 보여줘.'


하지만 악마는 너무 약했다. 일러밍은 시시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녀는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심장을 향해 단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다, 밤의 망령!"


창고 입구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색 갑옷을 입고 거대한 워해머를 든 성기사. 그리고 그 옆에는 푸른 로브를 걸친 마법사로 보이는 여성이 서 있었다.


"이교도 심판단 '성흔 기사단(Order of the Stigmata)'이다! 악마와 함께 네년도 심판하겠다!"


성기사가 워해머를 치켜들며 일러밍을 향해 달려들었다.


[4] 예상치 못한 만남, 새로운 자극


'성흔 기사단?'


일러밍은 미간을 찌푸렸다. 교황청 직속의 비밀 조직. 악마나 이단, 그리고… 자신과 같은 '밤의 존재'들을 처리하는 집단이었다. 성가신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오해입니다. 저는 이 악마를 처리하려던 것뿐…"


"변명은 지옥에 가서 해라!"


성기사는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워해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일러밍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일러밍은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워해머가 바닥에 부딪히며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머, 성격도 급하시네."


일러밍은 여유로운 척 말했지만, 속으로는 혀를 찼다. 저 워해머에 제대로 맞았다면 아무리 흡혈귀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저 갑옷과 무기에는 강력한 신성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에게는 상극이었다.


옆에 있던 마법사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푸른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지며 일러밍을 속박하려 했다.


"쳇."


상황이 불리해졌다. 악마는 성수에 맞아 거의 무력화되었지만, 성기사와 마법사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특히 저 신성력은…


성기사의 워해머가 다시 한번 쇄도했다. 피하는 순간, 마법사가 외친 속박 주문이 발동했다. 푸른 빛의 사슬이 일러밍의 팔과 다리를 휘감았다.


"윽!"


몸이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신성력이 담긴 마법 사슬은 흡혈귀의 힘을 약화시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성기사가 워해머를 휘둘렀다. 피할 수 없는 공격.


쾅!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일러밍의 몸이 창고 벽에 처박혔다. 입가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갈비뼈 몇 개가 부러진 것 같았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크윽…!"


하지만 고통과 함께, 또다시 그 감각이 찾아왔다. 전신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 그리고 그 통증의 파도를 타고 밀려오는 강렬한 쾌감.


'아… 하아…!'


숨을 헐떡이며 일러밍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고통이 클수록 쾌락도 커졌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갈망하던 자극이었다. 상처 입은 맹수처럼 그녀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이 년이! 맞고도 웃어?"


성기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신성한 망치로 내려쳤는데도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한 흡혈귀의 모습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후… 기대 이상인데요, 기사님? 좀 더… 즐겁게 해주시겠어요?"


도발적인 말과 함께 일러밍은 마법 사슬을 힘으로 끊어냈다. 부러진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한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성기사와 마법사는 경악했다. 저것은 단순한 흡혈귀가 아니었다. 고통을 힘으로 바꾸는, 지독하게 뒤틀린 존재였다.


"자, 2라운드를 시작해볼까요?"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일러밍이 다시 한번 자세를 낮췄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밤의 어둠보다 깊고, 그 안에 담긴 것은 사냥감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일 새로운 '고통'에 대한 갈망이었다.


성 클레어 대성당의 경건한 수녀, 밤의 장막 아래 숨겨진 그녀의 비밀스러운 이중생활은 이제 막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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