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인도 불교 철학 감상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9 16:01:37
조회 89 추천 1 댓글 4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0f92d499be9


진짜 엥간하기도 하고

관심 있던 사람 꽤 있던 거 같아서 그냥 같이 올림

볼 사람은 봐라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3f9284a9c


06bcdb27eae639aa658084e54484746e3d629c5248ed498cd4d44d8c774e54eb51b625c073c156d399439ff9


06bcdb27eae639aa658084e54484746e3d629c5248ed498cd4d44d8c061415a29842ad38d29bde5d257f780d1ecc60


불교를 믿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어이없게 들릴 수는 있다만, 불교를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한테 정말 좋은 책이다. 어쨌든 불교는 외부인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주장과 논증을 품고 있으며, 거기에는 관심이 있지만 불교의 여러 형이상학적 전제(윤회, 부처, 천신 등)나 명상 수련-다만 <인도 불교 철학>에서도 몇 번이고 강조하듯, 사실 명상 자체가 불교의 인식론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떼어놓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책 만한 것이 없다. 특히 위의 표를 따라 어느 정도 불교의 흐름을 정리하고 서로 다른 학파 사이에서의 주요 논쟁이 어떤 식으로 일어났었는지를 정리하며, 불교에서 어떤 개념이 어떻게 중요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아마 이 표 자체가 인도 불교를 알아가면서 중요할 것 같아 스캔해 위에 첨부해두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고 참고할 만했으니 더더욱. (물론 이 표가 끊기는 건 이 책이 다루는 시대가 저 시기까지이기 때문인데, 또 어떤 학자들은 딱 저 시기까지가 불교의 핵심이고 그 뒤는 사실상 학문적으로 다룰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듯하니 뭐라 더 첨언하기는 어렵겠다)


읽으며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불교가 말 그대로 '보이는대로 존재한다'는 테제에 깊게 천착한다는 점이다. 싯다르타 본인의 가르침에서도 헛된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구분해서 볼 수 있는 올바른 인식을 중요시했듯, 무엇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고 나머지가 그것에 뒤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인지를 구분하는 인식에는 우열이 있다. 그 순서는 반대로 적용되어, 같은 곳에 있더라도 그 사람의 업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져 같은 물을 보고도 누군가는 천국의 물을 마시고 있고 누군가는 지옥의 구정물을 마시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옥이 공간적으로 어디 있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그건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용수가 대표하는 중관학파에서는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세속적 차원에서만 존재하고 올바른 인식을 통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곧, 모든 것이 공하며 환상이다-고 보았으며, 용수 본인의 삶에서 왕이 되고 싶어 한 이에게 왕이 되는 환상을 보여주고 그 왕에게서-정말로 왕이 되어 있다-물질적 보답을 받았다는 괴이한 설화도 이를 입증하는 듯하다.


반면 이 올바른 인식은 명상 중의 관조를 통해 가능한 것이며, 올바른 인식에 대한 논증보다는 실제 명상에서의 인식이 훨씬 더 중요하고 정확하다고 평가받는다. 명상 중 오감이 사라지고 의식적인 생각이라는 여섯 번째 감각조차 사라졌을 때, 이렇게 명상을 하고 있는 '자신'-혹은 베단타에서 말하는 아트만-이 존재한다는 오염된 감각조차 배제하면 그제야 단지 지속되고 있는 여덟 번째 감각, 아라야식을 느낄 수 있다는 둥. 그래서 명상과 불교는 떼어놓을 수 없다. 디그나가와 다르마끼르띠가 보여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논리론조차 이 점을 잊어버리면 별로 의미가 없다.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인식은 그것이 아닌 것들로부터 그것을 분리시킴으로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부정은 어디까지나 비함축적 부정으로, 5가 빨강이냐는 질문에 부정하는 것이 5가 노랑 같은 다른 색깔을 갖는다는 뜻을 함축하지 않아야 한다) 이 인식에 대한 불교의 천착은 윤리적으로도-부처는 만물을 향한 자비심을 통하여 올바른 인식에 도달할 수 있었다-적용되어, 보았기에 존재하듯 보았기에 자비로우며, 자비롭기에 보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괜히 누군가가 신유물론을 읽다가, 불교 철학에서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 같다는 평을 남긴 게 아닌 것 같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논증이 많은데, 설일체유부 학파에서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논증은 맥타가르트의 시간의 비현실성 논증을-실제로 참고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직접적으로-연상시키며, 모든 것이 찰나에만 존재하며 각 순간 파괴되어 변한다는 찰나성 논증을 파고들다보면 우리는 몇 백 년 전에 미리 모습을 드러낸 흄의 인과성 비판을 볼 수 있다. 베다의 언어철학을 정면에서 부정하며 언어와 존재 사이의 필연적 연결을 부정하는 디그나가의 언어인식론은 물론, 소쉬르가 시작해 우리에게 크나큰 영향을 준 구조주의 언어론의 기틀이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다르마끼르띠의 주석이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듯 둘의 주장을 뚜렷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쉽게도 이런 논증은 불교가 인도 본토에서 점차 세력을 잃으며 무의미해졌고, 다르마끼르띠의 논증은 대체로 주류 베단타 학파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대체 저 베단타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이 아트만이라는 것과 베다식 존재론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가끔 SEP(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에서 관련 항목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만 들어서 제대로 읽어볼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냥 아쉽다. 일단은 이후에는 인도 본토에서 벗어나 티베트, 동아시아 등으로 전파된 다른 불교의 주요 쟁점을 알아보지 않을까 싶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잘못하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4/07 - -
7497449 트럼프는 왜 관세 취소 안하는거? [9] 푸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81 0
7497448 근데 잭슨 힌클 저 사람 또 캘리포니아 출신이네 이세계고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1 0
7497447 한집배달 시켜놓고 라이더 동선을 눈부릅뜨고 지켜보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4 0
7497446 구토한테 돌다빨렸네 닝닝니이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8 0
7497445 꼬카인 여동생 작가 결국 원점회귀 했구나 ㅇㅇ SHIRAYU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8 0
7497443 펨토 진짜 개 무섭네 [5] 아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58 0
7497442 이새끼 관상 ㄹㅇ 페도필리아인데? [1]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62 0
7497440 소설 도입부 ㄹㅇ 너무 뻔해서 읽기가 싫어지네 [4] ㅇㅇ,(58.29) 04.09 67 0
7497438 아 뇌녹네 진짜 [6]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51 0
7497437 진짜 민주당 배너까지는 참아도 조국혁신당 배너는 못찬겠다 [2] aa(211.246) 04.09 34 0
7497436 이 새끼 왜 나보다 어린 건데 씨발 ㅋㅋㅋㅋ [4]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83 0
7497435 메멘토 주인공같은짓을 매일 하고있는 것 같음 한가할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1 0
7497434 첨지모기물렸다는글보니까. 갑자기그생각남 비고정딜레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8 0
7497432 아니 이 나무위키 문서보고 ㅈㄴ 놀랏음 [3]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68 0
7497431 에피2,4 2미박 노부스터 손크로 레전드네 ㅋㅋ 청춘의삶이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6 0
7497430 잘자룽 [1] 소일렌트그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9 0
7497429 이 애기고양이콘 ㄹㅇ 못났는데 귀여움 [2] 을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1 0
7497427 지금 머리길이론 포니테일도 트윈테일도 못하네 [3] aa(211.246) 04.09 16 0
7497426 탁류의 페르낭이라는 다중전생자 팬픽 ㄹㅇ 맘에 안드는 부분이 불공평임 [6]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43 0
7497425 황제반룡과 퓌라이마크들 [8] α센타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3 0
7497423 미국 진짜 특이한 사람 많네 [7] 이세계고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84 0
7497422 혀 아래가 하루종일 너무 아프네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6 0
7497421 .......가려워서 보니까. 모기물린. 흔적이. 있는데? [7] 김첨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59 0
7497420 나도 자야지 다들 잘자 [4] 갈릭소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7 0
7497419 미소녀로못태어나서중얼중얼 냥초크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9 0
7497418 숏잡았다가 계좌 푸모푸모 당하는중 [15] 루실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73 0
7497417 구글이 AI에서 시동 거니까 ㄹㅇ 독주하네 걍 [1]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62 0
7497416 사역마 마법 반사당하는 루이즈 망상중 [1] 천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2 0
7497415 데미소다 레몬맛 이거 개맛있네 [1] 메시에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8 0
7497414 리얼보추 퓌캬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7 0
7497412 그새키 나 차단한거같은데 맞차단할까 [6] aa(118.235) 04.09 46 0
7497411 너무 빨리 떨어지네요 ㅠ 1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4 0
7497410 캭ㅋㅋㅋ [1]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6 0
7497409 007 보는데 제임스 본드 왜 계속 악당 마누라들 따먹고 다니냐 [5] 삽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49 0
7497408 오르다가 이게 맞노 하고 또 푹 꺼지겠지. 닉이거되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1 0
7497407 방방한테 진짜시스퓌픽이먼지보여줌(씹게이주의) [3] 시스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3 0
7497406 심챈터질지도모른다는말에 스크랩해둔거 싹 받아둿다... [4/1] 이루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60 0
7497405 여기뭐하는갤러리임? [2] ㅇㅇ(180.68) 04.09 27 0
7497404 선택적극단마렵네 [3] 생물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6 0
7497402 뭐 어떻게 해야 되나 엉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2 0
7497401 판붕이 블아 짤그렸는데 어떤것같니 [8] 아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66 4
7497400 미국이 무너지고 모비노기가 흥하는 걸 보아하니 [2]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46 0
7497399 근데 주식 묶어팔면서 끼워파는 그런 거 보통 하나 [4]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5 0
7497398 미주갤 수익률 -98%는 시발 ㅋㅋ [3] 움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83 0
7497397 자야겟군약먹고 goza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8 0
7497395 팩)트는이번달부터실브아의용돈비중에서 실브아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5 0
7497394 요즘 트위터에 히나짤 아니면 코스프레짤밖에 안 뜸;;;;;;;; [1] 움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9 0
7497392 잘자요 ㄷ [6] YAMA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25 0
7497391 고교동창 코스어미소녀와 n년만에 코미케에서 만나고 [4] 래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42 0
7497390 아니 사랑하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이루어지는 "사랑의 증명"이거 좋지않나? [7]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43 0
뉴스 ‘허식당’ 시우민‧추소정, 스며들기 시작…백반집 상호명 결정 디시트렌드 04.0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