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감이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그는 들뜬 마음으로 거실로 나와 TV를 켰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혹시 자신과 같은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이 또 있는지 궁금했다.

아니면 이 얼굴로 뉴스에라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아침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속 앵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매우 당황하고 흥분한 듯 보였다.

긴급 속보를 알리는 요란한 자막이 화면 하단에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속보]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자택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발견돼 전 세계 발칵…

‘오타니? 오타니가 또 왜? 무슨 일인데?’

민준은 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설마 어젯밤 토토 결과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사고라도…? 혹시 죽었나?

아니면… 설마 나처럼…?

앵커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네, 시청자 여러분, 믿기 힘든 소식입니다. 오늘 새벽,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견되어 전 세계가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인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화면이 전환되고, 오타니의 호화로운 자택 앞으로 보이는 곳에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경찰 라인까지 쳐져 있었다. 헬기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카메라 앵글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힘겹게 걸어 나오는 한 인물을 클로즈업했다.

"......!!!"

민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니, 비볐다. TV 화면을 손으로 문질러보기도 했다.

TV 화면 속에는, 방금 전 거울 속에서 보았던 자신보다 훨씬 더,

아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하고, 심지어 어딘가 신성하기까지 한,

**'초절정 미소녀'**가 서 있었다.

비현실적인 황금 비율의 몸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완벽한 라인.

아침 햇살 아래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은발 머리카락.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깊은 우주를 담은 듯 신비로운 자수정 빛 눈동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깊이.

그리고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빚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한 이목구비.

CG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아니 CG보다 더 완벽한 아름다움.

존재 자체가 예술 작품이었다.

그 미소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플래시 세례와 질문 공세에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표정마저도 마치 성스러운 그림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미소녀는 잠시 눈부신 듯 눈을 찡그리더니, 이내 특유의 차분하고 맑은,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톤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마저 완벽했다. 천사의 목소리 같았다.

"えっと... おはようございます。(에っと... 오하요고자이마스 / 저기... 좋은 아침입니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였다. 오타니 쇼헤이의 목소리. 말투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마저도 완벽하게 여성의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이전보다 더 맑고, 더 청아하고, 더 매력적으로. 심지어 약간의 색기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TV 화면 하단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의 자막이 굵은 글씨로 흘러나왔다.

[충격! 오타니 쇼헤이, 하룻밤 사이에 완벽한 '미소녀'로 변신! 신이 직접 빚은 듯한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전 세계 '경악'과 '열광']

[성별 전환? 외계인? 신의 강림? 전문가들도 원인 불명… 의학계·과학계 발칵]

털썩-.

민준은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금 전까지 희미하게 피어오르던 기묘한 우월감과 일말의 희망은 산산조각 나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는 오타니를 이기지 못했다.

야구에서도, 게임에서도, 심지어 토토라는 편법을 통해서도.

그리고 이제는…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미소녀'라는 영역에서조차,

오타니 쇼헤이는 자신을 압도적으로,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능가하고 있었다.

내가 변한 모습도 나름 미소녀라고 생각했는데, 오타니에 비하면 그냥 오징어였다.

"......신이시여."

민준, 아니 이제는 이름 모를 미소녀가 되어버린 그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여전히 가녀린 소녀의 것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절망의 깊이는 심연과 같았다.

"이건… 이건 진짜 너무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차라리 나만 변하게 하시지… 왜 저 새끼까지… 그것도 더 완벽하게…?"

TV 속, 완벽한 미소녀로 변신한 오타니는 자신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침착하게, 그리고 여전히 어딘가 순수하고 겸손하게 대답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할 만큼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전 세계는 또다시 오타니 쇼헤이라는 존재에 열광할 것이다.

이번에는 전대미문의 야구 천재가 아닌,

지구상에 현현한 여신과도 같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미소녀로서.

그리고 여기, 이름 모를 서울 변두리의 초라한 자취방에는,

어쩌다 보니 어설픈 미소녀가 되어버린 전직 토쟁이 강민준만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채, 차가운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의 미래는 여전히, 아니 이전보다 더 암담하고 불투명해 보였다.

신은 정말로, 오타니 쇼헤이만을 편애하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