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절반 이상은 상하수도 손상, 노후 상하수관이 전체 40% 차지 전문가 "노후관 교체 제대로 진행되나 살펴야" "제보 있었는데 골든타임 놓쳤다" 즉시 대응 시스템 마련 주문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모래내고가차도 부근에서 발생한 땅 꺼짐 사고현장에서 사고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에서 지난달 29일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하면서 차량이 검은 구멍으로 빠졌다. 이로 인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하루 뒤에는 불과 30m 떨어진 연희동 성산로 인근에서 길이 1.5m, 높이 3㎝가량의 지반 침하가 발견됐다. 종로와 강남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싱크홀이 포착됐다.
주요 원인은 해당 지역 인근 상·하수관의 손상이 유력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노후 상·하수관 관리 계획을 만들어 이행하는 등 시민 불안과 피해를 잠재우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3일 나온다.
매년 반복 싱크홀, "정확한 이유 몰라 더 공포"
지난 2일 만난 직장인 이모씨(27)의 경우 연희동 지역을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최근 불안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정확한 사고 이유를 모르니까 더 무섭다"며 "매일 지나다닐 수밖에 없는 길인데 어느 순간 구멍이 날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자영업자 오모씨(30)는 "중·고등학생 때 살던 동네에서 자주 싱크홀이 발생해 문제였는데 여전히 심각한 듯하다"며 "특히 뉴스를 보고 운전할 때 무서운 생각이 든다. 보상책이 잘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시민의 불안은 매년 싱크홀이 반복된다는 점에 있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간 지반침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땅 꺼짐 사고는 957건 발생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191건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하는 셈이 된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노후 기반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도시가 오래되면서 생기는 문제인 만큼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점검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지반침하 52.6%는 상하수관 손상
싱크홀의 상당수는 해당 지역 인근 상하수도관의 손상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의 같은 자료에서 지반침하 사고 유형을 보면 '하수관 손상' 446건(46.6%)을 포함한 '상하수관 손상 또는 부실'이 512건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이어 △'다짐(되메우기) 불량' 171건(17.9%) △상하수관 제외 '기타 매설물 손상 또는 부실'과 '굴착공사 부실' 각각 82건(8.6%) 등 순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체 상·하수관 가운데 약 40%는 정비가 필요한 노후한 상태라는 점이다. 앞으로도 싱크홀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전국 상·하수관은 40만9625㎞이며, 이 가운데 노후화 구간은 16만1457㎞(39.4%)에 이른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설 노후화 문제가 지속돼 온 만큼 서울시의 경우 10년 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교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대책은 나와 있는 만큼 배정된 예산이 실질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전조가 있을 때 즉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 발생 13분 전에 도로가 꿀렁꿀렁 움직이는 모습을 한 시민이 동영상으로 찍어서 구청에 이미 제보했는데 대응을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재난관리 시스템이 예방 차원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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