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 특정해 조만간 수사전환 CEO 체포돼 있어 송환도 원칙적 검토 가능 제작자 등 계정정보 확인은 어려울 듯 방심위도 한계…"플랫폼 차원 차단해야"
[파이낸셜뉴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영상물을 수사 중인 경찰이 텔레그램 운영자를 조만간 정식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수장이 해외 수사기관에서 붙잡힌 지금을 적기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텔레그램이 익명 보장을 강조하고 서버 위치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물 제작·유포자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성과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되는 이유다.
■혐의 단서 모으는 중…"원칙적으로 송환 가능"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창업자이자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 등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해 성범죄 방조 혐의로 조만간 입건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분명한 단서를 모으는 단계로, 방조 혐의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며 "입건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텔레그램 법인과 관련 정식 입건을 위해 정확한 시점과 혐의 등 범죄 사실을 특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이 텔레그램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두로프가 해외 수사기관에 체포돼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 송환도 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두로프는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온라인 성범죄 등을 방조, 공모한 혐의로 현지 검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일단 내사를 해둔 후 텔레그램 관계자가 한국에 입국하면 체포하거나,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공조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를 외국인을 국내로 송환하는 사례가 최근 많이 있다"며 "해외 수사기관에서 적용된 혐의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요건이 충족하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텔레그램 자체 조치 유도해야" 그러나 경찰의 텔레그램 수사 의지와는 별개로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 거의 모든 텔레그램 법인의 운영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설립된 이후 정부의 탄압을 피해 운영 조직이 유럽 등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카카오 등 국내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여타 플랫폼과 달리 텔레그램은 서버 위치도 확인하기 어렵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가 계속 늘고 있어 강제수사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수사기관이 원하는 대로 딥페이크를 제작·유통한 아이디를 추적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CEO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불법 영상물 등 유포자를 차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4시간 모니터링과 심의를 거쳐 접속 차단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지난 7월까지 텔레그램에 대해 방심위가 차단한 사례는 34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도 118건이었지만, 이 중 특정된 피의자는 33명에 그쳤다. 여기서 90%가 넘는 31명이 10대로 조사됐다.
황 교수는 "운영자가 불법 대화방을 암호화하면 방심위가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결국 텔레그램 자체적으로 필터링해서 특정 단어, 영상,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은 다시 가입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텔레그램이 형사적 문제가 발생하는 계정을 방치하지 않고 이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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