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학생 600여명 중 95% 이상 참여" "실습 불가·재정 파탄…왜곡된 시각에 상처" "과잉진료 내몰릴 것…수요 통제해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의대 옴니버스파크 휴게공간에 학생들이 앉아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과대학생의 집단 휴학이 본격화하면서 의료계 안팎으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집단휴학에 동참한 의대생들은 유급을 감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따라서 집단 행동이 길어지면 내년 인턴 수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급도 감수하겠다"
의대생 집단 휴학 이틀째인 21일 가톨릭대 의과대학이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옴니버스파크에 의대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다음주 개강을 앞두고 미리 학교에 나와 있는 학생들과 학교를 구경 온 예비 신입생 등으로 로비가 붐볐다. 집단 휴학에 대해 묻자 일부 학생들은 언급 자체를 꺼리며 다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가톨릭의대 본과생이라고 밝힌 A씨는 "집단 행동을 위해 모인 것은 아니다. 동아리 활동을 마무리하기 위한 자리"라면서도 "의대생들은 유급을 감수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의대는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계를 낸 상황이다. 본과 4학년 B씨는 "휴학계 제출 비율이 95%를 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실습 시수가 빡빡하기 때문에 일주일만 수업에 빠져도 유급이다. 유급을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두고볼 수 없다는 인식이 커서 대부분 동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원 확대가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B씨는 "해부학 실습만 해도 저희는 시신 기증이 많아 5명이 1구로 수업을 듣지만 지방은 학교 전체에 2구 정도가 전부라고 들었다"며 "지역인재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인데 수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이 버틸 수 없게 된다. 건보 재정을 생각하면 수가를 늘려서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의대 역시 학생들이 주로 수업을 듣는 제2의학관이 비어 있었다. 대학원생들이 근무하는 연구실 두 곳 정도에만 사람이 오갔다. 1월부터 본과 3, 4학년 실습이 시작됐지만 이번주부터 사실상 수업 자체가 중단됐다.
"내년 인턴 급감할 것"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장기화하면 내년 인턴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과 C 교수는 "휴학하겠다는 학생이 부모님 동의까지 받아온다면 합법적으로 반려할 수 없다. 다음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유급돼 내년 인턴이 급감할 것"이라며 "정부가 소통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냈다. C 교수는 "의사들이 무한 경쟁에 내몰리면 과잉 진료를 막기 어렵다. 비급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급여에서도 약을 과도하게 처방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공급만큼은 아니더라도 의료 수요자를 통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여론에 맞춰 정책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의료계 집단행동은 전공의에 이어 의대생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일까지 의대생 8753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대 재학생 2만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전국 40개 의대 중 30개 대학이 집단행동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휴학계 대부분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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