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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까리야의 송이파스타

좆까리야(222.28) 2010.06.18 22:16:48
조회 2907 추천 0 댓글 82







<처음>
내가 요새 허리둘레가 좀 늘어나더라. 아무리 자주 걸어다녀도 허리둘레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네? 아, 탄산음료를 한 병이라도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근데, 차는 전혀 효과가 없어서,

(누가 지나인간들은 차를 많이 마셔서 살이 안찐다고 했던가... 살빠지는 데 엄청 도움이 된다는 보이차는 제일 비싼거라 중산층들이 감히 사마실 수 없는 거고, 그냥 수돗물에 저렴한 찻잎 조금만 넣어 끓이고 엄청 연하게 찻물색깔이 보이지 않도록 맹물스럽게 마시지. 게다가 북경은 배가 임산부 만한 아저씨, 아줌마들 조낸 많아.)

고지혈증 있는 내가 그래도 내 몸 속의 피는 맑게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에 사흘 전에 한 번, 오늘 한 번 다 합쳐서 마늘 7.3 키로, 양파 6,66 키로, 송이버섯 460 그람, 느타리버섯 640 그람을 사서 양파/마늘수프(?)를 만들었어. 아, 버섯들은 그냥 포장 뜯기지 않은 채 내버려두고...

(나 가계부 써. 덕분에 합리적인 소비와 절약이 가능하지. 자린고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데에다 돈 버릴 필요는 없잖아? 유학 초기에는 참으로 버리는 식재료들이 많았는데... 칠면조 슬라이스햄은 제때 안먹어 냉장고에서 말라비틀어지거나 곰팡이가 피고...

원래 미국/캐나다 같이 수퍼마켓 가려면 집에서 차 타고 2,30분이 걸리는 식의 라이프스타일은 절대적인 냉동식품 및 즉석조리식품의 의존과 싱싱한 채소의 부족, 엄청난 사이즈의 비만을 부르지. 그래서 나 북경에 처음 왔을 때 기숙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수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주 만세를 불렀어. 물론, 그 뒤로 귀찮아서 안 가는 날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엄마, 나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게 살았어, 엉엉.)


<가운데>
1. 양파, 마늘을 끓여서 이리 흐물흐물한 수프(?)... 죽(?)을... 만들었어. 이걸로 그냥 먹거나 파스타 재료로 쓸 것이야. 그냥 건더기 없이 국물만 건져 마셔도 무척 깔끔하고 맛있어. 처음엔 양파의 달달한 맛에 좀 기분이 그랬는데..., 그래도 밥친구 뿌리면 맛나더라고. (프랑스식 양파수프를 만들 너님들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조리법을 찾도록. 의외로 만들기 쉽더라.)

2/3. 오늘은 배가 많이 나온지라 참고 참았는데, 파스타 생각이 너무 간절한 것이야.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일단 배부르고 보자... 해서 오늘 저녁 파스타를 만들었어. 첫번째 사진에 나온 양파마늘죽을 베이스로 파스타소스를 만들 것인데, 이 사진은 이미 다 만들어 진 거...!

우선 대접 밑바닥에 깨를 깔고 슬라이스치즈 한 조각을 길길이 찢어놔.

그러고 전기뚝배기에는 해바라기기름을 두르고 먼저 송이버섯을 갈래갈래 찢어놔 볶다가 밥솥 안에 있는 양파마늘죽을 국자로 퍼서 달달 끓여. 그러고 마지막엔 말린고추와 씨를 좀 넣어.

이걸 미리 준비한 대접 위에다 올려놔 치즈를 녹여.

4. 그럼 빈 전기뚝배기에다 물을 붓고 링기네를 넣고 끓여.

(이거 참, 기숙사생활에 많이 쓸모가 많아. 오래 환자를 간병하는 엄마, 마누라들이 이거 많이 쓴다면서? 거북표!) 

지난 번에 나왔던 그 링기네야. 덜 익었다고 많이들 그랬지? 근데, 이거 6~8분 끓인다고 설명에 나와 있더라고... 

5. 난 파스타 꺼낼 때 네모주걱이랑 젓가락을 이용해 건져내. 바로 옆에 있는 개인화장실에 들어가 체에다 받히는 것도 무척이나 번거롭고 물 빼내다가 최악의 사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당근, 설거지는 세면대에다 해.) 물론 푸실리를 건질 땐 네번째 사진에 나와있는 그 체를 전기뚝배기 위에다 든 채 국자로 퍼내서 체에다 받혀. (거기에 말린 장미잎이 보이지?)

6. 젓가락으로 비비고, 포크로 돌돌 말아 먹는다.


<끝>
맛은 치즈 한 장 덕분에 은은한 크림소스파스타 맛이 났어. 게다가 송이버섯 하나가 전체의 맛을 확 살려주고... 끝맛은 말린고추의 매운맛... 아, 나 먹고나서 맑은가래 나와서 혼났어. 빨간 고추가 기관지에 좋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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