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었다면 면갤로 갔겠지? ㅋ

좀 전에 일어났는데 출출해서 도저히 일을 못 하겠음.
그래서 부엌에 내려가서 감자칩 한 봉다리를 뜯어서 와구와구 먹고 있었는데 보니까 매운 맛...

빈 속에 기름진 감자 크리습을 먹으니... 그것도 매운 맛... 아주 속이 뒤집어 지네.
그래서 얼른 우유 한 컵을 마셨는데... 그래도 출출한 거라.

아주 담백하면서도 가볍게 먹을거리가 없을까 뒤져 보는데 선택권은
1. 라면,       2. 스프,      3. 토스트
 
늘 그래왔듯이 라면을 좀 먹을까 해서 찬장을 뒤져 보니... 사천짜파게티, 무파마...
아니 평소에 사리곰탕, 후루룩, 클로렐라 같은 싱거운 라면만 사오시던 우리 어무이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더니 어떻게 되신 건가?
빈 속에는 도저히 먹지 못할 것 같아서 구석탱이에 있는 식빵을 바라봤는데... 어제 잼에 곰팡이가 핀 게 생각나는거.

그래서 빈 속에도 좋은 스프를 먹기로 하고 찬장을 뒤져보니 그 많던 오뚜기 스프들 다 어디로 가고
대만 출장 갔던 사촌 누나가 와서 던져 놓고 간 대만제 크노르 숩이 4-5개 굴러 다니는 걸 발견.
계속 서서 젓는거 싫어해서 숩 끓이는거 되게 귀찮아 하는데... 걍 물이나 처 먹고 이따가 아침밥이나 먹어야 겠다 싶었지만...

그냥 먹기로 인내심을 가지고 불을 댕겼지. 늘 하던 대로 찬 물에 풀고 휘휘 젓고 있었는데... 어라... 이거 안 뭉쳐?
그래서 쓰레기통에 가서 빈 봉지를 다시 주워다가 조리법을 보니 온통 한자 뿐.
검정능력 2급 수준의 한자실력으로 대강대강 읽어 보니 물을 800cc를 넣으라는거... 근데 난 400cc를 부었지 아마.

그래서 얼른 떠 먹어 보니까 걍 소금이네 소금... 그래서 물을 한강수로 부어 놓고 휘휘 젓고 있는데 당연히 안 뭉쳐.
순간... 아... ㅅㅂ 이거 크림스프가 아니구나... 맨날 무의식적으로 물에 풀고 휘휘 젓다 보니 개뻘짓을 하게 된 거.
걍 내버려 두고 불만 줄여 놓고 화장실에 가서 모닝똥 한번 때리고 나오니까 완성... ㅎㅎ

근데 엄청 비리더라... 닭고기 버섯 스프인데 닭 비린내가 좀 쎄길래 후추 좀 뿌려 주니까 비린내가 좀 잡히네.
처묵하려다가 옆을 보니 4쪽 남은 식빵이 갑자기 불쌍해 보여서 토스터에 구워서 썰고 스프에 담가주니... 오우 썅♡ 굳... 포만감 쵝오.
휘휘 젓지 않아도 되니까 게으른 나의 새벽 식사로는 더할나위 없는... 모레에 남대문에 좀 가봐야 겠군.

오늘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