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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로 2기를 보고 난 뒤 렘과 허무에 대한 종교적 해석

해갤러(218.237) 2024.06.22 13:23:17
조회 174 추천 0 댓글 1

스포 수준: ~14, 리제로 2

 

렘은 스바루에게 말한다.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스바루는 본래 제로부터 시작해서 힘겨운 여정 끝에 겨우 다다른 게 크루시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그 만남에서 스바루는 철저히 짓밟혔다. 그때까지는 그래도 뭔가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 되었다는 자신감도 나름 생겨 있었다. 그러나 크루쉬와의 만남에서 도저히 자기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이윽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유유히 목숨만 부지하자는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이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렘이었다. 렘은 스바루에게 말한다. 스바루가 그동안의 고생, 그 모든 회한을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털어내자 렘은 말한다. 스바루의 좋은 점을 말한다. 그리고 말한다.

시작해요. 하나부터. 아니, 제로부터.”

그렇다. 렘은 제로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막연한 생각 아닌가. 전혀 의욕도, 힘도 나지 않는다. 그때 렘은 말한다.

저는 스바루 군의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요.”

스바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이 한마디였다.

 

렘은 앞으로의 결과를 예견하지 않았고,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았다. 렘이 건넨 한마디는 아주 짧았다. 그리고 너무나 강렬했다.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니, 결과가 안 따르는 노력은 아무 의미 없는 게 아닌가. 그동안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닌데. 나름 노력했는데 도저히 안 되는데.

그러나 렘은 말한다. 노력하는 스바루의 모습이 좋다고.

제로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라고.

그게 뭐가 되는데.

그게 되는 거다.

 

의욕과 허무의 중간 지점에 스바루는 서 있다. 의욕만 있으면 뭐든 될 것 같단 생각이 있었고,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하나씩 해냈다. 하지만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벽을 만난 스바루는 할 수 있다는 그 생각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체념, 체념을 넘어 허무를 느꼈다.

이는 오늘날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회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2030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떠든 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벽에 부딪히고야 말았다. 이는 체념의 수준이 아닌 삶을 포기한 수준, 허무라는 지점에 다다른 젊은이들의 모습을 표상한다.

스바루가 표상하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아가는 2030이다. 부단히 노력하고 의욕적으로 행동했는데, 그런데도 일이 잘 되지 않고 영원히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엄청난 벽에 부딪힌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때 스바루가 느꼈던 감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의욕이 컸던 만큼, 좌절감은 체념을 넘어 허무로 귀결된다. 이는 자살이나 아니면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같은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를 수습할 방법은 무엇인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하다. 그들의 감정은 일순간적이고 질풍노도의 청소년이 느끼는 그것과는 다르다. 너무나 분명하고, 미래가 확실해보이는 것이라서 그 어떤 논변으로도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

렘이 만약 설득전략을 선택했더라면 결코 스바루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을 것이다. 스바루한테 강해지면 된다고 말을 하면 스바루는 다른 적도 강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렘이 스바루에게 그동안 해온 것도 엄청 대단하고, 여기서 멈추는 것은 그 대단한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압박한다면 스바루는 차라리 물거품이 되는 게 낫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면 스바루는 자살이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 않은 인간으로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렘은 이를 멈춰세웠다.

렘의 말은 설득도, 압박도, 포기도 아니었다. 권유였다.

제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권유였다.

그리고 렘은, 온 감정을 다해서 말한다. 그 권유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 것이다.

스바루가 좋아하는 자기 자신인 렘은, 스바루가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스바루는 렘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그 말은 힘이 된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다시 해봐야지 않겠느냐는 의욕이 생긴다.

 

모든 인간은 제로에서 시작한다. 태아에서부터 시작해 장성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고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중대기로가 놓여 있다. 바로 장성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제로에서 시작하지만 반드시 돌이킬 때가 온다. 그동안 자기가 믿었던 신념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아울러 그것을 대체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고, 이는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삶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허무로 귀결된다. 아니, 방금 전 말은 틀렸다. 왜냐면 단정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노력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로 설득될 문제가 아니다. 가슴이 움직여야 할 문제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스바루를 바꾼 렘이 대단하다.

렘은 논리로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말 그대로, 스바루를 구원한 것이다.

 

페텔기우스를 판도라는 구원하지 못했다. 아니, 판도라는 그것을 즐기는 듯 보였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다. 상대방을 구원하기는커녕 사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그걸 선이라 여기며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중대결함이 있다.

사랑이 없다.

그러나 판도라는 이 사랑마저 농간한다.

그녀는 사랑의 본체가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그것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페텔기우스를 함정에 빠뜨린다.

그리고 그녀는 페텔기우스를 구원하지 않고, 자리를 뜬다.

페텔기우스는 망가졌고, 나태의 대죄주교가 되었다.

 

사이비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다. 정통 교리라 하면,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게 만들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흔히 사이비라고 하는 부류의 목적은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목적에 복속된 인형을 만드는 것이 전부이다. 허무의 마녀인 판도라는 페텔기우스를 자기의 인형으로 만들었다. 나태의 대죄주교, 페텔기우스 로마네콩티!

그녀의 행동을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러나 계획적이진 않았다. 그래서 판도라는 악녀다.

그녀는 어느 때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여자였다. 그것은 철저히 계획해서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조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벼운 말 한마디, 그것을 돋궈줄 물약 하나로 사람을 망가뜨렸다.

계획적이라면 그 계획을 밝혀내면 막을 수 있다.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하다면 그 누군가를 뺏어오면 된다. 하지만 판도라는 둘 다 아니다. 그래서 막을 수 없고, 그래서 구원할 수 없다.

성경 말씀에서도 성령을 모독한 자는 구원받지 못한다고 했다. 바로 판도라를 두고 한 말씀이다. 판도라는 도무지 구제불능이다. 레굴루스 코르니아스보다 10억배는 심각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러한 판도라를 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놀랍고, 그래서 기적이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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