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아침, 자명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나를 독촉했다.

철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며 침대에서 일어나 알람을 껐다.

일요일 오전 6시, 평소라면 다시 잤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푹 자서 그런걸까.

나는 방에서 나와 부엌을 향했다.

어젯밤부터 계속해서 내리던 비덕분에 눅눅한 공기가 방안을 그득하게 매웠다.

냉장고를 열자 텅텅빈 공간만이 보였다.

나는 아침밥을 사기위해 편의점에 가기위해 편안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토독토독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우산을 챙기고 현관문을 열었다.

새벽에서 곧 아침으로 바뀌는 시간이라 그런지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광경도 잠시, 처음 눈앞에 보인것은 가로등 옆에 서있는 약간 키가 큰 새하얀 소녀였다.

옷도, 신발도, 우산도 모두 새하얀 소녀.

하지만 머리색 만큼은 자수정처럼 보랏빛이 감도는 검정색 이었다.

그녀는 마치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쓸쓸히 그곳에 서있었다.

신경쓰고싶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가는 미모였다.

그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게 관심이 있는건가\' 같은 생각을 했더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녀는 걸어오는게 아니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빙상위에서 미끄러지듯이 내게 다가오고 있는 거였다.


아 좆같네 씨발 안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