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네"

언제나 그렇듯 그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사직의 가을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지형! 질문있어요!"

"음? 뭔데?"

의지는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는 종덕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롯데에 온지 고작 1년인데 친근하게 다가오는 종덕의 모습에 또한번 미소를 지었다.

마침 작년 이맘때의 기억이 나는 참이었다.

"자! 양의지의 타구! 좌익수 김재환이! 바라만 볼수밖에 없습니다! 양의지의 롯데 이적 후 첫 홈런! 대단합니다 양의지 선수!"

1루... 2루... 3루... 홈...

처음 느껴보는 사직의 베이스를 차례로 밟고 나서 두산의 덕아웃을 바라보니 옛 동료들은 알 수 없는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이제는 롯데의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양의지. 주장 대호가 웃으며 의지를 맞이했다.

"마! 으지! 직이네!"

의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뒤이어 박수를 보내는 병헌과 현택. 같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들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자신의 몫을 다하며 최선을 다하던 의지.

그렇게 롯데는 2019년 정규시즌 1위를 거머쥐며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한다.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 2사 만루. 타석에는 롯데의 프랜차이즈이자 영원한 친구인 문 규 현.

"......의지 내"

덕아웃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는 원우의 말.

의지는 조금 놀란 듯 하였으나 재차 무덤덤하게 헬멧을 쓰고 타석에 들어선다.

"대타 양 의 지"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끝나지도 않은 채 사람들은 격한 환호와 함성을 질렀다.

상대 투수인 함덕주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플레이볼!"

심판이 시작을 했다.

"제 1구! 스트라이크!"

'여전하네. 덕주의 공은.'

빠르게 꽂히는 덕주의 공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 2구! 헛스윙!"

배트를 돌림과 동시에 의지는 손가락에 고통을 느꼈다.

사실 의지는 한국시리즈 6차전에 가벼운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대타 기용을 한 감독 원우에게 의문을 품는다.

 "제 3구! 아아~ 볼이에요"

 그 뒤 4구와 5구도 뛰어난 선구안으로 볼을 걸러내며 어느새 볼카운트는 풀카운트.

"제 6구! 딱!"

꽤 멀리간다. 의지는 배트를 집어던졌다. 좌익수 김재환은 타구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홈런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를 지르는 롯데의 팬들.

1루...2루...3루...홈...

마치 롯데에 와서 날린 첫 홈런의 느낌이었다.

의지는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 미소를 지었다.

홈을 밟고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받았다. 그런 뒤 옛 동료인 덕주를 바라보았다. 안쓰러움이 들기도 하였지만 롯데를 우승시켰다는 것의 기쁨이 더 컸다.

그랬던 2019년의 가을이었다.

다시 2020년의 가을, 참 많은 생각이 나는 의지의 어느 가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