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리그 2등으로 한국시리즈까지 도달한 롯데는 삼성을 상대로 7차전까지 분투했다.

0대0. 투수전으로 흘러가던 9회초, fa 마지막 시즌으로, 예고은퇴시즌이었던 이대호의 솔로포가 터졌다.
롯데팬들은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대며 부갈을 생목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추가점은 나지 않았고 9회말.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는 이닝의 막이 올랐다. 롯데측에선 올해의 구원왕, 구승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구승민은 몸에 맞는 볼, 안타, 삼진, 볼넷으로 무너지는 것 같았다. 1사 만루. 구승민은 덕아웃을 힐끗 바라보고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딱!

순간 구승민은 몸을 날려 날아가는 타구를 붙잡았다. 그 슈퍼세이브에 모두가 놀란 순간, 구승민은 일어나지 못했다.

감독과 투수코치가 몰라서 마운드에 뛰어올라갔고,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 뛰어올랐다가 착지를 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삔 것.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쉰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오는 동안 투수들이 하나하나 퍼지더니 지금은 아무도 기용할 만한 처지가 아니었던 것.

잠시 고민하던 감독은 덕아웃에 들어오며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대호 올려. “

곧, 마운드에는 육중한 체구의 투수가 굳건하게 서 있었다. 몇년만에 밟는 마운드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지만, 마치 원래부터 투수였던 것처럼 대호는 자연스럽게 연습투구를 했다.

121, 119, 120.

연습구의 구속에 롯데팬들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래도 마운드에 오른 그들의 대호를 위해 응원가를 열창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타석엔 강민호. 포수 양의지가 일단 한가운데를 찌르라는 사인을 보냈다.

대호는 로진백을 땅바닥에 던지고, 한숨을 푹 내쉬고 와인드업한 뒤 있는 힘을 다해서 공을 뿌렸다.

양의진 모두 보았다. 130의 패스트볼이 그의 미트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는 순간 강민호의 배트가 휘둘러졌고, 공 윗부분을 강타한 바람에 공은 투수 쪽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타구로 변해 이대호 쪽으로 향했고ㅡ

아, 대호가 저걸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어.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대호는 마치 토끼를 향해 달려드는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공을 향해 달려들었고, 결국 잡아내어 1루로 뿌렸다.

1루심의 아웃 선언과 함께, 롯데팬들은 환희의 비명을 질렀고, 마운드의 이대호를 향해 선수들이 모두 달려들고 있었다.

이대호는 마운드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투수로 시작해 투수로 끝난 그의 야구 일생을 되새겨보며 눈물을 흘렸다.

롯데의 두번째 영구결번
이 대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