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저녁에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거든.
할머니는 부산사시고, 나는 서울 사람이라
할머니는 롯데팬 나는 넥센팬이야.


돌아가셨다는 연락받고 처음 한두시간은 내일 일이며 인수인계며 여기저기 연락하고 미룰거미루고 정신없이 수습하며 보냈어
그때까지 실감도 안나고 그냥 다리에 피가 쭉 내려간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다가 같이사는 식구랑 나도 모르게 내가 기억나는 할머니 추억을 하나둘씩 이야기했어

그중 할머니가 롯데야구를 보시던게 생각이나드라고

내가 어렸을 적에
90년대에
여름 방학마다 부산 할머니 집에 갔거든.
그때 할머니가 테레비로 롯데야구보시다가 갑자기 담배를 태우시는 거야 베란다로 나가셔서.

할머니 담배도 폈어? 하고 내가 깜짝놀라서 호들갑을 떠니까 할머니는 한숨인지 담배연기인지 내뿜고 가끔 태운다, 라고만 말씀하셨는데
방학내내 야구보실 적에만 태우고 평소에는 안태우셨어.


그리고 20년 후에 추석때 친척들이 부산에 다모여서
아빠 삼성팬(대구고) 작은아버지 엔씨팬(창원거주) 할머니 부산팬 나 넥센팬
이렇게 다 나뉘어 각자 경기 돌려 보는데
야구보던 할마시가
\'아이고 로떼는 올해도 텄네\'라고 중얼거리셨거든.

어릴때부터 해마다 추석때 그러셨는데.
그래도 자주 챙겨보셨어.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팬이셨던 거 같다.



갑자기 할머니가 보시던 롯데야구, 여름방학 해도안진 저녁에 베란다에서 담배연기태우시던 뒷모습.
우리 할머니 추억이 갑자기 생각나서 내일 부산내려가야하는데 잠도 안오고 뒤척이다 너희갤 찾아와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썼다;

올해 추석에는 요양원계셔서 잘하는 롯데를 못보고 가셨네.
할마시 즐거우라고 올해 가을에는 잘해라 로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