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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최일언 코치, 그가 말하는 김경문 감독 인터뷰 꿀잼앱에서 작성

ㅇㅇ(58.230) 2018.10.15 18:54:12
조회 320 추천 1 댓글 1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자주 간다는 닭백숙 집으로 향했다. 가게 주인이 금세 그를 알아봤다.“(경기도) 고양에 계셨던 거 아니에요? 언제 마산으로 오셨어요?” “어제 왔어요. 정리할 게 있어서.”주인은 그의 근황을 잘 모르는 듯 했다. 그가 다시 얘기를 꺼낸다.“사장님, 저 NC를 떠나게 됐어요. 그동안 맛있는 음식, 잘 먹었습니다.” “네? 코치님이 떠나신다고요? 왜요? 언제 결정된 거예요?” 그가 간단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자 가게 주인은 굉장히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집에 6년 넘게 오셨는데…”라는 말을 남기고 주방으로 향했다.
 
14일 저녁, 마산에서 최일언 코치를 만났다. NC 코치직에서 물러난다는 기사를 보고 확인 차 전화했다가 마산까지 내려갔다. 최 코치는 “정리해고 당한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났다”면서 “계속 그만두려 했는데 구단에서 9월 20일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가 10월까지 넘어왔고 결국 시즌 마칠 때까지 남게 됐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1군 투수 코치가 잔류군을 맡기 까지

2011년 10월, 김경문 감독과 함께 NC 다이노스 창단팀 코칭스태프로 시작한 7년의 시간들. 시작도 그 끝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감독을 먼저 보내고 팀에 남게 된 최 코치의 심경은 먹먹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감독님이 나가셨다고 코치들마저 우르르 따라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도 몇 명은 남아서 선수들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난 시기가 6월 3일. 최 코치는 4일, 구단을 통해 잔류군(D팀)으로 보직 이동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날 바로 짐을 챙겨 마산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생활 터전을 옮겼다.

“SK에서 재활군을 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을 한 명씩 파악해 나갔다. 1군은 고사하고 단 한 번도 2군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을 데리고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면서 조금씩 선수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다. 마음도 편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머물다 승부와 동떨어진 곳에서 재활하는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는 부분이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더라. 그러다가 가끔씩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최일언,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냐?’라고 묻곤 했었다. 이미 팀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남아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나 싶었다. 그래서 8월 24일, 구단 단장대행에게 전화해서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분은 9월 말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 내가 어렵겠다고 했더니 9월 20일까지만 이라고 다시 부탁했다. 그게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진 것이다.”

최 코치는 잔류군에서 만난 나이 어린 투수들에게 코치가 아닌 야구의 조언자로 다가갔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모두 꺼내 놨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다 보니 오랫동안 묵혀둔 이전의 지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선수들이 이해하고 납득하면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뒤늦게 소중한 경험을 했다. 선수들도 배우고 나도 배웠던 시간들이었다.”

최 코치는 조언자로서 선수들에게 자주 강조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지금이 아닌 미래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내가 1군 무대에 섰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고 훈련해라.
-너희들 모두 1군에서 다 던질 수 있다. 그 자신감을 갖고 밀어 붙여라. 대신 자신한테 엄격해야 한다.
-지금은 가능성과 자기 자신을 믿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대신 기초 체력부터 전문적인 기술까지 모두 꼼꼼히 챙겨야 한다. 

최 코치는 트레이닝 파트에 있는 직원들한테도 강조한 부분이 있었다.
 
“이 선수들의 몸 상태는 아마추어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터라 무조건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려 하지 말고 3,4년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단계별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최일언 코치는 1993년 OB-두산 베어스에서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한화와 SK 코치를 거쳐 2011년 시즌 종료 후 새로 창단하는 NC 다이노스 초대 투수 코치로 부임하면서 김경문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OB-두산 베어스 시절 김 감독과 배터리, 투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함께 했던 배경이 김 감독이 손을 내밀었을 때 고민하지 않고 그 손을 잡을 수 있게 만들었다. 최 코치는 1992년 현역에서 은퇴 후 1993년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코치로 야구 인생을 이어갔다. 그만큼 투수 코치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선수가 힘든 게 1이라면 코치는 그보다 10배 힘들고 감독은 100배 더 힘든 것 같다. 올시즌 캠프 때부터 나도 힘들었다. 내가 그 정도였으면 감독님은 나보다 10배는 더 힘드셨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지난 6월에 감독님이 팀을 떠나셨던 게 오히려 감독님을 위해선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팀을 이끄셨다면 그 고통은 곱하기가 돼 감독님을 괴롭혔을 테니까.”

그래서 질문했다. 김 감독이 엄청난 고통을 느낀 배경이 무엇인지를. 최 코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NC란 팀이 처음 신생팀으로 출발했을 때는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가 똘똘 뭉쳐 있었다. 신생팀이라고 해서 상대팀한테 웃음거리는 되지 말자는 목표를 갖고 훈련에 임했다. 그러다 성적이 나고 팀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다 보니 그 단단했던 팀워크가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처음에는 아주 작았던 틈이 조금씩 커지면서 어느 순간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의 구멍이 생겨버렸다.”

최 코치는 올시즌 미국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를 떠올렸다.

“지난해 우리가 해커, 맨쉽과 재계약을 포기했던 가장 큰 이유가 2017시즌 포스트시즌 때문이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두 선수들과 더 이상 함께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세 차례 연속 맞붙었던 두산을 상대로 이기는 경기를 하려면 해커, 맨쉽을 능가하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다. 감독님이 몸값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에이스를 영입하길 바라셨고 그 의사를 구단에 정확히 전달하셨다. 그렇게 해서 온 선수가 로건 베렛과 왕웨이중이었다. 캠프에서 왕웨이중의 투구를 보고 부상이 올 거란 예감이 들었다. 어깨보다 팔꿈치를 이용해 던지는 투구폼에서 부상 조짐을 눈치챈 것이다. 로건의 투구는 너무 단조로웠다. 두 선수는 두산의 원투 펀치와 맞붙을 수 있는 선발감이 아니었다. 감독님으로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계산이 서지 않으셨을 것이다. 조금 부족해도 시즌 동안 노력해서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최 코치는 그날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억하고 있었다.

“삼성한테 3연패를 당한 후였지만 경기 마치고 감독님과 회의하면서 다음 롯데전 선발 투수까지 의논이 된 상태였다. 샤워하고 몇몇 코치들과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는데 갑자기 기사가 뜨기 시작하더라. 감독님이 그만뒀다는 내용의 기사가. 너무 놀라서 곧장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좀 전에 야구장에서 선발 투수까지 논의했던 감독이 교체됐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더라.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마 나보단 감독님이 더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다. 감독님께 문자를 보냈더니 나중에서야 답장이 왔다.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고. 다음날 보직 이동이 결정난 후 다시 감독님께 문자를 보냈다. 고양으로 가게 됐다고, 끝까지 하고 떠나겠다고. 감독님은 다시 ‘알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내 걱정은 하지 말라’라는 답을 보내셨다. 그 후 한 번도 통화를 못하다 9월 초에 한 차례 통화했다.”

NC 투수들에게 전하는 지도자의 고언

최 코치는 한때 리그 최상의 불펜진을 구축하고 장현식, 구창모 등 젊은 선발 유망주들을 발굴,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투수 조련의 대가로 불렸다. 그러나 불펜진의 혹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 코치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감독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3일 연속 던지게 한 적이 없었다. 화요일, 수요일 등판한 선수는 목요일 쉬게 하고 금요일, 토요일 마운드에 올렸다. 임창민은 자신이 더 던지고 싶다고 말했지만 감독님의 만류로 등판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밖에서는 혹사 운운 하지만 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혹사란 말이 나올 수 없다. 선수들은 몸이 안 좋아도 던질 수 있다고 우긴다. 감독님은 그걸 아시기 때문에 이틀 던지고 하루 휴식은 꼭 지켜주려 하셨던 것이다.”

최 코치한테 NC 마운드는 삶이었고 열정이었다.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었던 마운드 운영이라 누구보다 애착도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다. 한때 리그 평균자책점 1~2위를 내달렸던 팀 마운드가 올시즌에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이전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때까지 훈련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할 때 훈련을 시작했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단체 훈련을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개인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시즌 끝났다고 무조건 쉬는 게 아니라 다음 시즌에 자신을 한 단계 더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은 겨울을 잘 보내야 한다. 장현식, 구창모 등 젊은 선수들이 선배를 능가하려면 겨울에 땀을 흘려야 한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에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서 와야 하는데 캠프 때부터 몸을 만들려고 하는 선수가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열심히는 누구나 한다. 그렇다면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야 한다. 다른 팀 에이스랑 10번 붙어서 6번 이기려면 그냥 열심히 해서는 절대 그들을 넘어설 수 없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신생팀에서, 방출, 트레이드를 통해 NC와 인연을 맺은 투수들을 데리고 안정된 마운드를 구축하기까지 최 코치는 악역을 자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선수들한테 인기 끌 생각이 전혀 없다. 잘한다고 박수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선수들에게 쓴소리 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바람이 있다면 NC 선수들이 조금 더 야구를 깊이 생각하고 야구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남들 놀 때 쉬고 남들 훈련할 때 훈련하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두산의 오재원을 높이 평가한다. 그 나이에도 야구를 위해 개인 비용을 들여 미국까지 가서 레슨을 받고 오는 선수 아닌가. 그 열정, 그 노력, 그 욕심이 정말 부럽고 질투가 날 정도다. 오재원은 베테랑 선수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NC 선수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가장 궁금한 질문을 꺼냈다. 향후 거취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 코치는 “어디든 현장에는 있을 것 같다”면서 “당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짤막한 대답을 내놓았다. 김경문 감독과 감독, 코치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지금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코치 생활만 25년 째. 단 한 차례도 감독 경험이 없는 그에게 아쉬움은 없을까.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준다.

“난 자부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만큼 투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자부심 말이다. 난 연구원의 역할이 맞다. 관리자는 내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매력이 없다. 감독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누가 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난 그 선택받지 못함을 단 한 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최일언 코치는 15일 일본에 계시는 어머니를 만나러 출국했다 OB베어스 투수 코치로 부임 후 박명환, 진필중 등 수많은 유망주들을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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