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플레이오프 1차전.
8:8로 팽팽한 9회말 마지막 공격.
그리고... 1사1루의 마지막 찬스.
덕아웃 힐만감독의 한마디.

"정권이 내."

박정권. 그가 누구인가. SK에서만 177개의 홈런을 때려낸 명실상부한 SK의 레전드. 시즌이 끝난후 은퇴할지도 모르는 그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힐만 감독은 박정권을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박정권은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박정권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박정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껌을 짝짝 씹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관중들은
너를 사랑해도 되겠니~ 다시 시작해도 되겠니~ 갓정권!! 문이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홈런이란걸 알았죠
박정권메들리를 부르고있다.

제 2구, 또 볼.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상대팀 마무리투수가 던진 직구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우중간 담장 너머로.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플레이오프 1차전 끝내기 2점 홈런. 박정권은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루, 2루, 3루, 홈......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에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힐만감독을 찾아가 껴안은 박정권.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정권아' 그리고 그 해 가을야구에서 15홈런을 쳐낸 박정권은 이듬해 SK의 영구결번으로 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