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롯데 감독은 장시환(32)을 ‘완벽하지 않은 투수’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완벽해야할 상황에 투입되다보니 본인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 장시환을 활용하려 선발로 낙점했다. 양 감독은 “선발 투수는 6이닝 동안 3점만 내줘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않나. 장시환에게는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양 감독이 판단을 내리기 전부터 장시환은 일찌감치 선발로 준비를 해왔다. 주변에서 권유를 많이 했다. 특히 손승락이 “공을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니 선발이 맞다”며 적극 추천했다. 스스로도 도전해보고 싶어했다.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장시환은 “짧게 던지는 것도 좋지만 긴박한 순간에 나가다보니 안 좋았던 부분이 많았다. 선발은 내가 위기를 만들더라도 내가 막을 수 있지 않나. 중간 계투보다는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다”고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캠프에서부터 투구수를 늘려나갔다. 사실 장시환은 선발이라는 옷을 처음 입어보는 것은 아니다. 장시환은 KT에서 뛰던 2016년 시즌 중반 선발로 전환해 7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당시 31이닝 30실점(28자책) 평균자책 8.13을 기록했다. 장시환은 “시즌 시작부터 선발을 준비한 것은 처음이니까 그때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포커스도 다른 쪽으로 맞췄다. 장시환은 “그전까지는 캠프에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데 집중했다. 볼이 들어가면 나 혼자 나쁜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볼이든 스트라이크든 내 볼만 던지면 파울도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나. 집착을 없애고 포수 미트만 던지려고 한다”고 했다.

스스로도 반신반의 할 때가 있지만 자신의 내구성을 믿고 도전해보려 한다. 장시환은 “공 던지는 체력은 자신있다. 피칭을 해도 어깨가 많이 뭉치지는 않고 회복력도 빠른 편이다”며 “길게 던지면 힘이 빠지면서 제구가 잡히는 스타일이다. 선발 등판하게 되면 불펜에서 150개 정도 던져서라도 힘을 빼고 들어가보갰다”고 했다.

올시즌 목표는 어떻게든 선발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장시환은 “꾸준히 잘 해야 30경기를 뛸 수 있지 않나. 감독님이 못 믿으면 못 나간다”고 했다. 그는 “나도 기대된다. 준비를 잘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지난 1일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무안타 4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대감을 키웠다.

오키나와 | 김하진 기자

양상치가 4선발로 밀어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