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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이 말하는 고 임수혁 선수와의 인연.txt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1.162) 2019.04.04 02:02:40
조회 138 추천 8 댓글 0

내가 아는 임수혁은 호인중 호인이다. 이건 야구인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야구부라는,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좋은 사람도 생기고 싫은 사람도 생기는데 선배면 선배, 후배면 후배,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그를 좋아했다. 수혁이 형과 나와의 첫 기억은 언제였더라.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이 됐다. 운동이 끝나고 팀 미팅을 마치면 감독에게 \'필승\'이라고 구호를 외친뒤 마치곤 했다. 누가 불렀다. "상훈아, 목장갑은 손에서 빼고 경례를 해야지!" 심하게 다그치는 표정은 아니고, 큰 얼굴엔 환한 미소가 있었다. 그에 대한 첫 인상이다.



중학교 다닐때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 힘들게 나를 기르셨다. 풍족하지 못한 가정생활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수혁이 형이 우리 집 가정사를 잘 알고 있었다. 수혁이 형 아버지(임윤빈)가 나를 아들처럼 대했다. 1년 선배인 수혁이 형이 고려대학교에 진학하자 내 진로도 어렴풋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신 최남수 당시 고대 감독께 \'수혁이 후배중에 정말 좋은 투수가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분이 수혁이형 아버님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가난했고, 돈이 필요했다. 학교 숙소에서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선배나, 혹은 후배가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번 달 용돈이 얼마였다. 얼마를 들고, 뭘 샀는데 어떻더라\' 이런 저런 이야기가 침대 사이로 건너 오간다. 돈 이야기를 할때 나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듣다 보면 그때 내 입장에선 몇 달을 써야 하는 돈이었다. 학생으로, 학교 야구선수로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당시 내겐 사치였다. 돈을 벌고 싶었다. 막노동 판에서 일을 했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돈이 생겼으니 즐겁구나"이런 느낌도 아니었고, 그냥 처해진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사춘기는 대학시절이었다.

야구부 이탈을 많이 했다(이상훈의 별명은 그때부터 빠삐용이었다). 학교에서 난감해할 정도였다. 감독으로선 이상훈이라는 선수를 처리하기 힘들었고, 학교에선 빨리 내보내라고 으름짱을 놨다. 그럴때마다 수혁이형 아버님이 최남수 감독님을 찾아갔다. 야구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 거다.

대학교 1학년때 일이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아무래도 용돈이 필요하다. 대만으로 가는데 돈이 없었다. 수혁이 형이 나를 불렀다. 전훈 이틀전 저녁이나 먹자고 하더라. 둘이서 학교 앞 주점에 들어가 파전 하나 시켜놓고 소주잔을 비웠다. 한참 먹다가 수혁이 형이 말을 꺼냈다. "야, 내가 지금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 거니까, 듣고 열받아도 나 때리지마라. 알았지? 응?" 그리고 돈 봉투를 하나 건넸다. 내 자존심 건드리는 것 알면서도 이렇게 하는 거니까 이해해 달라는 거였다.  


대학교 2학년때 다시 팀 이탈을 했다가 정기전(연고전)에 앞서 잡혀 왔다. 다행히 그 해 정기전(1990년)에 내가 잘 던졌고 팀도 승리했다. 고대 야구부는 집이 서울인 학생은 집에서 다니지만 나는 여러 사정상 숙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정기전이 끝나고 이틀 뒤에도 수혁이 형이 숙소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날 저녁 수혁이 형이 나를 다시 불렀다. 느낌상 내가 다시 짐싸고 도망갈걸 파악한 것이다. "상훈아! 너 만약 나갈거면 오늘 너 나한테 매 좀 맞자. 그리고 쓰러질때까지 맞아라. 그리고 가든가 말든가 결정해!" 숙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1시간 동안 수혁이 형이 날리는 주먹을 모두 맞았다. 무지하게 맞았다.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모두 지쳤다. 마지막으로 수혁이 형이 그렇게 말했다. "야! 그러면 나 잘때 나가…" 수혁이 형이 잘때 짐을 꾸려 나왔다.


그 1시간 동안 맞았던 매, 뭐 그렇게 기분이 상하질 않았다. 정당하게 맞은거였다. 나중에 프로 와서도 형은 내가 이탈하고 빗겨 나갈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내가 처한 환경, 그리고 가정을 봤을때 그럴줄 알았고, 그래서 나를 그렇게 혼내야 했다고 하더라. 임수혁은 나에게 캐처가 아니라 그냥, 형이다.


편한 관계와, 서로를 이해해주는 관계는 조금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굳이 누가 우리 둘의 성장을 지켜봤다면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굳이 내가 아니라고 해도 수혁이 형 입장에선 더 챙겨주는, 선-후배가 있었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고. 임수혁은 뭐랄까. 만만한 사람도 아니고, 만만히 할 수도 없으면서 편안한 사람. 임수혁이 대학 시절 집합을 걸어 얼차례를 주면 모두가 불만이 없었다. 빤찌(펀치)가 너무 좋아서 맞으면 꽤 아픈데…. 임수혁이 때리는 거니까. 이건 내가 맞을만 한 것, 맞아야 하는 거였다.

2000년은 내가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에 있을때다. 거기서 수혁이 형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 해 병원에 찾아갔다. 문병이란게 원래 갔다 오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얼굴 한번 보고 왔으니\' 라고 생각하면서 일종의 부채같은걸 떨쳐내는 것? 그런데 다녀오니 발걸음이 무겁더라. 수혁이 형을 병문안 갔던 모든 분들이 그랬을 것이다. 나오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태.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수혁이형 친구이고 내겐 1년 선배인, 지금은 야구를 안하는 선배인데, 수혁이 형 아버님이 매우 서운해 했다. "상훈아, 한번 만나게 되면 꼭 물어봐줘. ○○이는 왜 아직 여길 들르지 않는 건지." 나중에 그 이유를 물어봐서도 알았지만 내 짐작대로 였고, 여전히 이해가 된다. 그 형에게 물어봤더니 도저히 수혁이를 못보겠다더라. 그만큼 아끼는 친구였고, 사랑하는 친구다. 그래서 정말 못보겠다고 하더라. 이런 심경, 혹시 이해 가시는지?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해놓고 보니 참 부끄럽다. 창피하다. 이런 인터뷰. 진심으로 누굴 돕고, 그래서 내가 쓸걸 조금 아끼고 남 돕는 사람은 나서지 않는다. 뒤에서 하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지금 뭘 돕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이런 인터뷰를 하면서 평상시에 약간 놓았던 마음들, 신경 덜 썼던 것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거다. 나도 인간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감히 말씀 드리자면 주변에서 형식적으로 말고, 진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얼마전 우연히 TV를 봤는데 수혁이형 형수가 나와서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깜짝 놀랐다. 수혁이 형 이용해서 돈 벌겠다는 사람이 있더라. "내가 임수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와서 어쩌고 저쩌고 하고는 이걸 홍보에 이용한다. 그리고 돌변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차비라도 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손을 벌린다더라. 물론 줘야 한다면 주면 된다. 근데 돕고 싶다 말해놓고 결과가 그렇게 나오면, 그게 진심인가. 사람을 한 번 더 쓰러뜨리는 것 아닌가. 정직하게 먹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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