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코치는 “이것저것 하려고 하기보다는 중심을 잘 잡아서 해야한다”며 “이대호도 선수협 이사로 활동할 때 보고 느낀 게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대호의 동기 김태균(한화)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직책을 맡아줘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가까운 선수들부터 옆에서 많이 도울테니 힘내서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선수들은 이대호가 연봉 1위(25억원)이자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인 만큼 KBO를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다. 지방 구단의 A 선수는 “회장직이 공석이라 지금까지 KBO에 끌려다닌 느낌”이라며 “회장이 새로 뽑혔으니 KBO와 진짜 협상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 선수도 “선수들이 이대호 선배에게 표를 준 것은 KBO를 상대할 수 있는 선수가 회장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을 위해 발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수들은 자유계약선수(FA)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구단의 C 선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FA 제도를 한국 문화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하면 좋겠다”며 “회장이 직접 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협상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D 선수는 “2군에 오래 남아있는 선수들이 다른 팀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바란다”며 “2차 드래프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부족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룰5 드래프트와 유사한 제도가 신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의 E 선수도 “2군에도 일종의 FA가 필요하다. 2군에 오래 머무르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제도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협이 선후배 간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그간 선수협은 고액 연봉을 받는 고참들의 이해관계를 주로 대변하고, 저연봉 젊은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참급인 수도권 구단 F 선수는 “선수단 전체의 뜻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협상력도 생기지 않았다고 본다”며 “솔직히 나를 비롯한 고참들과 어린 선수들의 시선이 많이 다르다. 그런 의견을 모아 힘을 합칠 수 있다면 KBO와의 소통도 잘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방 구단의 G 선수는 “선수협에 힘이 없는 이유는 노조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선수들이 선수협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선수협 현안을 이해하기 쉽게 공유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