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나이로 99세(백수)인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이달 말 소공동 롯데호텔로 거처를 옮긴다. 롯데를 창업한 신 명예회장은 1921년생이다. 주민등록상 1922년생이지만 실제론 한 해 더 빨리 태어났다. 치매가 심해 주변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 거동조차 어려운 신 명예회장의 거처 이전은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아직도 아들들간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9일 롯데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잠실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거처를 옮긴다. 지난해 초 롯데호텔서 잠실롯데월드타워로 옮긴지 1년 만이다.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신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30년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집무실 겸 거주지로 사용해왔다. 2017년 롯데호텔이 노후한 신관 전면개보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다툼을 진행 중이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회장이 거처를 두고 분쟁을 벌였다. 이에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이 서울가정법원에 신 명예회장 거처를 직권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공사 뒤 다시 옮긴다는 단서하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길 것을 결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현재 롯데월드타워 49층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거처하고 있다. 롯데 측은 롯데호텔 집무실과 같은 모양으로 월드타워 집무실을 리모델링했다. 신 명예회장은 이곳에 적응하며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치매가 심해 정신이 또렷하지는 않은 상태이나 식사나 수면 등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이 30년 전 직접 부지를 정하고 건립을 추진해왔던,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여서 상징성도 크다.

그런데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지난해 8월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리모델링이 마무리되자마자 즉시 복귀해야한다고 주장해 거처 이전이 결정됐다. 롯데호텔은 기존 신 명예회장 집무실이던 34층의 리모델링을 마무리하고 있다.

롯데 측은 "명예회장이 워낙 고령에 병환이 많아 거처 이동과 환경변화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정후견인 측도 역시 의견을 같이해 지난해 말 법원에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관련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고 경영권도 정리된 마당인데 왜 부친 문제와 관련 의견 대립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조성훈 기자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