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손아섭이 선수단에 농군 패션을 제안했다.

벤치 멤버, 코치진까지 모두 동참하는 전방위 움직임이다. 펑퍼짐한 하의를 고수하던 선수도 마찬가지다. 민병헌이 대표적이다. 그는 "원래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단합을 하자는 의미이기에 동참했다"고 했다.

투수조도 예외가 없었다. 눈길을 끈다. 등판 준비, 루틴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민하다. 무엇보다 투구를 할 때 신경 쓰일 수 있다. 이 경기 선발이던 김원중조차 데뷔 초기 이후 처음으로 하의를 양말 안으로 넣었다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손승락의 농군 패션은 어색해 보였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최근 고참급 선수들과 식사를 하며 팀이 처한 현실과 객관적인 전력,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주장 손아섭과는 개인 면담도 했다. 선수끼리도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원 모두 작금의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떡하든 반등을 하기 위해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 번 좋은 분위기를 타면 한동안, 또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 팀이었다. 올 시즌은 좋은 계기를 만들고도 다시 무너진다. 경기 내용도 마찬가지다. '추격은 하지만 이기지는 못한다'는 조롱을 받던 팀이었다. 올 시즌은 그마저도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선수단의 의지가 드러났다.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창원=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