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도면 투수 없다고 시위하는 것 아닌가요?"

한 야구 관계자는 최근 롯데의 행보를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실제 롯데는 이번 시즌 무려 11명의 투수를 선발로 등판시켰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10명의 투수를 선발로 올린 KIA보다 많은 수치다. 그만큼 로테이션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다. 선발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SK는 이번 시즌 5명의 투수만이 선발로 나섰다.

롯데는 이번 시즌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6.06으로 가장 높고, 선발 평균자책점 역시 5.75로 가장 좋지 않다. 특히 선발 투수가 소화한 이닝이 255⅓이닝으로 가장 적다. 이 부문 9위인 삼성이 277⅓이닝인데 무려 22이닝이나 벌어져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자연스럽게 불펜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격언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팀 성적은 19승35패(승률 0.352)로 최하위다.

5월 들어 롯데는 이승헌(21), 최하늘(20), 서준원(19) 등 신예 선수들을 차례로 선발로 내세웠다. 꽤 촉망받는 유망주이지만, 1군 타자들을 버텨내지 못했다. 모두 4이닝도 채우지 못했고, 서준원이 3⅓이닝 4실점으로 그나마 가장 길게 갔을 뿐이다.

2019시즌 팀별 선발 등판 투수 인원.롯데의 최근 움직임을 두고 야구계 안팎에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투수가 없으니 대체 선발로 버틴다는 해석이 많지만, 일부 야구 관계자들은 양상문(58) 롯데 감독이 구단 프런트를 향해 "투수가 없다"는 시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도 바라보고 있다. 한 예로 양상문 감독은 시즌 전 "FA 노경은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팀에 남을 것"이라고 희망했으나 결국 재계약이 불발되기도 했다.

보통 유망주 투수들은 2군 성적이 뛰어날 경우에 1군에 승격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히 2군에서 로테이션을 돈다는 이유로 선발 등판을 시키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 롯데의 현실이다. 이는 달리 해석하자면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요행을 바란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정말 투수가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상대가 보기에 롯데는 이미 '승수 자판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분명 양상문 감독 혼자가 아니라 이윤원 단장 이하 구단 프런트의 공동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