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이후 SK를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상당히 격앙된 감정을 갖고 있었고, 몇몇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감독님 입장에선 한이 많으셨을 것이다. 좋은 성적으로 팀을 이끌어왔는데 시즌 도중에 그런 일을 겪어야 했으니. 나에 대해서도 서운함이 많으셨을 것이다.”

이후 김성근 감독과는 따로 만난 적이 있었나.

“내 아들 선홍이가 2013년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가족들과 영원히 이별하기 전 아내가 감독님께 연락을 드린 모양이다. 내가 좀 전에 김성근 감독님을 ‘짝사랑’했다고 하지 않았나. 나보다 그 분을 더 좋아했던 사람이 우리 와이프다. 감독님이 와이프랑 상당히 친했다. SK를 나가신 후 따로 연락을 못 드렸는데 아내가 아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복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감독님께 문자를 드렸다고 하더라. 선홍이가 곧 우리들 곁을 떠날 것 같다고. 그때 감독님이 아들이 누워있는 병원으로 찾아오셨다. 2011년 SK를 떠난 후 서로 처음 만나는 상황이었다. 굳이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듯 했다. 아내도, 나도, 감독님도 서로 붙잡고 울었으니까. 감독님이 병원에 다녀가신 후 며칠 있다가 아들이 영원히 눈을 감았다. 감독님 입장에선 민경삼이가 참 많이 미웠을 텐데, 그래도 아들 앞세운 부모를 위로하시겠다고 직접 병원까지 찾아오신 것이다. 이후 종종 안부를 주고받았다. 내가 단장직에서 사퇴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제일 먼저 문자를 보내주신 분이 김성근 감독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