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36·롯데) 부재가 주는 파장은 마운드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투수진이 구심점을 잃었다.

롯데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35경기 만에 연패를 당한 5월 22일 삼성전 이후 10경기에서 9패를 당했다. 침체됐던 타선은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불펜진이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 7.60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지난해 후반기, 올해 개막 7연패 뒤 급반등은 탄탄한 불펜을 구축하며 해낼 수 있었다. 강점이 약점이 된 상황이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지난 1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LG와 지난 주 중 3연전에서 두 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5월 31일 3차전은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롯데의 전 경기를 중계하는 이성득 KNN 해설위원은 "두 경기 모두 연습 투구 때부터 공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투수다. 필연적인 부침이 찾아왔다.

손승락은 이 경기 뒤 휴식기를 자처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부담감이 매우 크더라. 한 템포 쉬어 가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이 결정 자체는 순리다. 문제는 공백 여파다. 지난 1일 사직 한화전에서 빈자리를 메워야 할 셋업맨 진명호와 오현택이 모두 무너졌다. 진명호는 6-5로 앞선 8회말 만루를 허용했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오현택은 정근우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지난해 필승조던 조정훈은 5월 30일 LG전에서 복귀했지만 아웃 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5점을 내줬다. 1일 한화전에서도 4실점을 내줬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세이브 1위를 기록한 우완 구승민도 아직 1군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투구 폼을 교정하며 돌파구를 찾은 윤길현도 아직 정상 페이스가 아니다. 어깨가 아픈 박진형은 복귀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타선이 다득점하고, 선발투수가 호투해도 지켜 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펜진에 구심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손승락은 투수조의 리더다. 주장 이대호는 "투수진은 손승락이 잘해 주고 있다. 무리해서 내 할 말을 하지 않는다. 필요한 얘기가 있으면 (손)승락이한테 전한다"고 했다. 신인 투수 윤성빈도 "등판 전후로 기술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배려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박진형·진명호 등 불펜 투수들도 손승락의 존재감을 치켜세웠다.

그나마 최연장자인 송승준이 1군에 복귀한 것이 위안거리다. 김원형 수석 코치도 있다. 그러나 경기 전개에 따라 불펜으로 이동하는 구원투수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손승락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거듭해서 역전패를 허용하며 자신감이 떨어진 불펜 투수들이 이를 보듬던 리더마저 잃은 것이다. 손승락은 자신부터 가눠야 하는 상황이다. 1군과 동행하지 않고 잔류군으로 합류한다. 전열 정비는 앞으로도 요원하다.

롯데는 최근 실책이 급증하고 있다. 타선은 뒷심이 부족하다. 야구는 여러 요인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현상으로 나타난다.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다른 포지션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도약을 이끈 불펜진이 위기를 맞았다. 구단의 전방위적인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