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주말리그를 앞두고 서울권의 1차 지명 후보들을 소개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서울 쪽은 세 팀이 매년 순번을 정해 지명을 하기 때문에 구단 간의 눈치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최고 유망주를 나눠 갖는 방식이지만 구단 별로 원하는 스타일 혹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관시각이 다르다 보니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
학교가 많다 보니 그만큼 자원이 풍족하다는 점에서 타 지역 팀들은 전면 드래프트 부활을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처한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만약 지역 내에 걸출한 후보가 있다면 1차 지명제를 유지하자는 쪽으로 선회한다.
<#>경남고 서준원
어쨌거나 후보군이 많으면 많아서 고민, 없으면 없어 고민인 것이 1차 지명 대상자다.
하지만 ‘확실한’ 아니 ‘누구나가 수긍할 만한’ 대상자가 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선택가능하다.
2019 신인 1차 지명발표일은 6월 25일이다.
작년까지는 당일 구단들이 KBO쪽에 통보하는 형식이었다. 선수들은 따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해당 선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 놓고 현장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바꿨다.
신인 드래프트는 TV나 포털 사이트에서 생중계가 되어 야구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KBO리그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그들보다 앞서 지명 받은 더 영광스러운 1차지명자들은 이름 석 자와 사진 정도만 소개 되는 것으로 그쳤다.
물론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에 초대를 받긴 하지만 발표 3달 이상 시간이 흐른 뒤라 감흥도 떨어지고 긴장감도 덜했다. 현장에서 지명 받은 이들의 들러리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1차 지명 현장 발표는 개인적으로 반갑고 설렌다.
그렇다면 오는 6월 25일 오후 2시 구단의 부름을 받아 참석 할 이는 어느 학교의 누가 될까?
각 구단 스타우트들은 2주 앞으로 다가온 1차 지명으로 분주하다.
확정을 했다 해도 또 한 번 점검하고 문서화 할 시기지만 최종적으로 한 두 명으로 압축해 저울질을 하는 팀도 있을 터
하지만 비교적 여유로운 팀도 있다. 롯데, 삼성, KIA가 이에 해당된다.
물론 25일이 돼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 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고향 팀의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 예상되는 3명의 선수들을 만났다.
첫 번째 주인공은 롯데 1차 지명 유력 후보 경남고 사이드암 서준원(19)이다.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서준원은 187cm- 92kg 이상적인 체격조건에서 오버스로우와 사이드암을 넘나드는 투구폼을 지니고 있다.
상황에 따라 팔의 각도가 바뀌기 때문에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나이답지 않은 차분함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승부구를 던졌다.
최고구속 140대 중반의 빠른 볼로 황금사자기 2경기(15.2이닝) 1승 1패 14탈삼진 평균자책점 1.19를 기록하며 부산권을 넘어 전국구로 얼굴을 알렸다.
시즌 초반에 보여준 강한 인상은 청소년 대표 발탁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학년으로 태극마크를 달은 이는 서준원과 김기훈(광주동성고2.좌완) 둘 뿐이었다.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린 제 28회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서준원은 조별 예선 첫 경기 호주전 깜짝 선발로 출격, 7이닝 동안 2피안타 8탈삼진1실점(0자책)을 기록하는 등 총 4경기(14이닝) 출격, 준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투수 중에서 곽빈(14.1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경남고는 지난해 황금사자기 4강에 이어 대통령배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한동희(롯데 1차지명. 3루수)를 비롯해 최민준(SK 2R.우완) ,예진원( 넥센 2R.외야수) 정보근(롯데3R.포수) 등 우승권 전력이었으나 전국대회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신 전국체전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서준원은 세광고야구장에서 열린 제 98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결승 마산용마고전 선발 등판, 8이닝 5피안타 1볼넷 1몸에 맞는 볼 8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최고 구속 147km/h
스카우트들은 서준원에 대해 앞으로 구속이 더 증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조심스레 ‘해외진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2017시즌 마지막을 웃으며 마감한 경남고는 올해 3월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 5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 결승에서 부산고를 8-2로 물리치고 2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상승세는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서준원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건재했고 타선의 짜임새도 갖추고 있어 전국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점쳐졌다.
하지만 황금 사자기 4강에서 광주일고에게 2-3 패하며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사진제공 : 서준원
“저 때문에 팀이 진 거 같아 동기들에게 많이 미안했어요. 그냥 직구로 승부를 했어야 했는데 내가 타자라면 어떤 볼을 기다릴까 따져 보니 직구 일 거 같아 나름 허를 찌르자 해서 변화구로 갔는데 한가운데로 몰렸어요. 이번에 많은 공부가 됐어요.”
교체 타이밍이 빠르긴 했지만 동점상황에서 자신이 내준 안타로 역전을 허용해 경기를 졌다며 몇 번이나 아쉬움을 곱씹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까무잡잡한 얼굴로 마주한 서준원은 황금사자기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하 인터뷰 전문)
-훈련 시간에 왔어야 하는데 눈치 없이 쉬는 시간에 보자고 한 것 아닌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직후에 만났다. 대개 고교 선수들은 연습시간 내에 인터뷰를 하길 간절히? 원한다. 대부분 그렇다)
“아니다. 괜찮다. 나만 특별대우 받는 거 원치 않는다(웃음) 잘하는 동기들도 많은데 항상 내게만 관심이 쏠려 늘 그것이 신경 쓰이고 조심스럽다. 먼저 지명을 받는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 팀이 청룡기와 인연이 깊다. 후반기 준비 잘해서 꼭 우승하고 싶다.”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갈 때 위기를 막겠구나 생각했는데(웃음) 의외였다. 사실 투구수 제한으로 맘껏 던져 보지도 못한 채 대회를 끝냈다.
“야탑고전에서 5이닝을 던지면서 투구수가 70개를 넘겼다. 첫 게임이다 보니 긴장을 해서인지 안타도 좀 맞고 2실점을 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그 다음 인천고전엔 나가지 않고 장충고 게임때 던졌다. 장충고가 투타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타자들이 잘해줘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광주일고 타자들 스윙이 매섭더라. 전체적으로 분위기에서 밀렸던 것같다.”
-경남고는 상대적으로 너무 가라앉있더라 적극적인 모습이 좀 아쉬웠다.
“원래 애들이 활발하고 까불기도 잘 하는데 그라운드에서는 나도 그렇고 다들 갖고 있는 걸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다들 너무 진지하다(웃음) 경남고 하면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문 아닌가? 동문들의 관심도 높고 다들 자존감이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그런 마음을 갖고 생활한다. 우승 후보라고 주변에서 좋게 봐주셨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첫 대회가 끝났을 뿐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지켜봐 달라(웃음)“
-롯데 1차 지명 선수로 거의 확정된 것 같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을 테고 어떤가? 1년 선배 한동희와 재회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모르는 일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씀 하시지만 난 내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엔 괜찮았는데 올해는 아직 1승도 하지 못했다. 2학년 때는 형들 쫒아서 하면 된다 하는 부담감이 없었는데 막상 3학년이 되고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면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작년에 형들이 힘들어 했는데 그땐 몰랐다. (한)동희형은 요즘 거의 매일 전화 통화 한다. 이런 저런 고민도 상담하고 팀 분위기도 전달하고 바쁠 텐데 늘 관심을 가져 주신다. 얼마 전 만루 홈런 치신 날엔 내가 연락을 드렸다. 난 형이 잘 할 거라 믿었다(웃음)”
-부산이 고향인가? 야구를 시작한 계기는?
“원래 태어난 곳은 경남 양산이다. 6살 때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원래 스포츠는 다 좋아했다. 그 중에서 야구가 가장 맘에 들어 리틀 팀에 들어갔다. 유니폼이 예뻐서 또 가장 안 힘들 거 같아서 선택했다. 투수나 타자 보면 치고 던지다가 쉬지 않나? 어린 마음에 편할 거라 생각했다(웃음)”
-본격적으로 투수를 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방망이도 제법 잘 치고 힘도 있어서 3.4.5번 타순에서 뛰었다. 그러다 뭔가 머리를 쓰는 포지션이 멋져 보이고 재미있을 것 같아 투수를 했다. 개성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시합 때마다 꼬박꼬박 4이닝을 던졌던 것 같다. 중학교 투구 제한이 4이닝이라(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던지는 것 자체에 팔려 팔 관리를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중 3 때 팔꿈치 이상을 느꼈고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재활까지 거의 2년 간이 가장 힘들었다. 다시 던질 수 있을까? 구속이 나올까 이런 저런 맘고생도 많았다. 그렇게 사춘기 시절을 보낸 것 같다(웃음) 고1 가을에 롯데기 대회에서 143을 찍은 이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 그 이후 부터는 몸관리에 신경을 썼을 것 같다.
“보강 훈련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고 또 학교에서도 코치님들이 워낙 잘 챙겨주셨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재활은 진짜 지겹고 힘들다(웃음) .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피칭보다 런닝 이나 웨이트 같은 것도 많이 하고 있다. ”
-구속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153km/h 까지 나왔다. 사이드암이지만 오버로도 던지는 등 변칙 투구를 하고 있다. 누구의 생각이었나?
“정수찬 코치님께서 결정구를 던질 때 팔을 올려 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해 본 것이다. 아무래도 옆으로 던지면 부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무리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옆으로 던지면 아무래도 구속이 140대 중반 정도로 떨어진다. 아직 몇가지 변화구를 더 연마해야 한다. 요즘 타자들은 빠른 볼에 대처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타이밍만 맞으면 장타도나오지 않나?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사진제공 : 서준원
- 해외진출에 대한 꿈은? 올 초까지만 해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작년부터 나를 주시하는 팀들이 학교로 찾아오거나 시합장에 왔다.
4~5개 팀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은 상태인데 부모님과 연락을 하고 있다. 내 생각은 그렇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몸값을 제시한다면 생각해 볼 것 같다. 하지만 격차가 좀 나는 것 같더라. 최소한 (배)지환이 형(피츠버그 125만달러) 이상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섣불리 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가서 뭘 보여줄 수 있겠는가? 잘 할 거라는 확신이 없다. 국내 리그에서 인정을 받고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우진이 형도 (강)백호 형도 고민 끝에 국내에 남았다. 내가 절대 형들보다 잘 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대호 선배님처럼 한국에서 다 이루고 진출을 하는 것이 꿈이다."
-최소 150만불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고민 좀 할 것 같다(웃음) 그런데 메이저리그 쪽에서 그만큼 투자 할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웃음)"
-에이전트 쪽에서는 1차 지명 막판까지 여러 구단과 접촉을 할 것 같은데
“아마 그러지 않을까?(웃음) 본인들의 역할이다 보니 만약 갑자기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롯데 구단에서도 대책을 세울 만큼의 시간적인 여유는 줘야 하는 것이 도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의지다. 이미 내 마음은 정해졌다. 남은 시간도 없고(웃음).”
-그렇다면 롯데는 얼마의 계약금을 줄까? 주변에서도 이 부분에 관심이 많더라.
“많이 주면 좋겠지만 구단에서 어느 정도 선을 정해 놓지 않았을까? 욕심 없다. 팀 사정도 있으니 뽑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지금 심정에서는 그렇다.그런데 혹시 내가 아닐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 무슨 소리인가? 지나친 겸손 아닌가?
“중학교 때부터 시환이는 야구천재로 유명했다. 당시 난 상대도 되지 않았다. 요즘도 청백전을 하면서 시환이가 타석에 서면 긴장된다. (강)백호 형이랑 시환이가 가장 상대하기 껄끄럽다. 피칭을 할 때 마다 3루에 서 있는 시환이와 눈이 마주친다. 가장 친하고 속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사이다. 코치님께서 ‘너 미국가고 시환이가 1차 지명 받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 ’ 고 하신 적이 있다. 나 때문에 시환이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같이 잘 돼야 하는데 ......”
-같은 팀에서 생활하다 보니 신경이 쓰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외국진출을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웃음). 노시환도 잘 될 것이다. 1차 지명 이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팀 우승과 청소년대표다. 작년에 운 좋게 가서 많이 배우고 왔다. 형들과 좋은 추억도 쌓고 덕분에 인맥이 넓어지고 얻은 것이 많다.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데 올해 기록이 별로라 살짝 걱정 된다.“
<#>작년 청소년대표팀 투수들
- 대표팀 형들과는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나? 또 친한 친구는 누가 있나?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 (강)백호 형은 나이에 비해 많이 성숙한 편이라 잘 챙겨주고 조언도 많이 해준다. 최고다. 같이 갔던 (김)기훈이도 자주 전화통화 하고 서울 쪽에 친구들 중에는 (김)대한이, 서울고 정우영이랑 친하다. 기훈이는 황금사자기에 대상포진으로 던지지 못했어도 갖고 있는 게 많으니 대표팀에 당연히 뽑힐 것이고 대한이 같은 경우도 투타 다 가능하니까 무난히 승선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이는 팀이 황금사자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 때문에 많이 속상해했다. 다들 이런저런 고민을 갖고 있다.
-최근 SNS를 끊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 같던데
"그냥 여기저기에서 친구 신청이나 메시지가 온다. 그런데 전혀 모르는 팬분들이다. 정말 감사하지만 그런 것에 매달리면 안된다 싶어 과감히 결심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 1차 지명 후보들 아닌가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행복한 것이다(웃음). 앞으로 본인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형들이 고등학교 때가 좋다면서 많이 즐기고 누리라고 조언해 줬다. 정말 그럴 거 같다. 프로는 훨씬 더 잘하는 선배님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무대다. 2군에서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야 할 것 같다. 구속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해야 버틸 수 있다. 몇 번에 지명을 받았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하기 나름이 아닐까? 늘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
차분하면서도 자기만의 생각이 분명한 서준원은 부산에서 이미 스타다.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을 의외로 많다며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지금의 마음 변치 말고 프로무대에서도 최고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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