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시리즈 7차전

8:7로 앞서나가고 있는 9회말 마지막 수비.

그리고... 2사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덕아웃 박경완감독의 한마디.

'희상이 내'

윤희상. 그가 누구인가. SK에 그의 성별까지 바친 명실상부한 SK 토종 우완 레전드. '시즌이 끝난후 은퇴하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는 시즌의 마지막 경기에, 팀의 절체절명의 위기에 박경완 감독에 의해 기용된다.

불펜에서 묵묵히 어깨를 풀던 윤희상은 터벅터벅 마운드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윤희상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타석에는 그의 상승세를 한번 꺾었던 김문호가 서있다.


초구. 타자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하지만 볼. 관중들은 손에 진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본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하나 잡고 간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 유인공. 하지만 타자는 스윙을 참았다. 그의 좋지않은 별명 '그 중식'이 가까워지는 듯하다.

제 4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타자는 또 속지않는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되어 밀어내기는 모면하였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혼신을 담아 던진 포크볼이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김문호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한국시리즈 7차전 2사 만루.. 2018년 5월 이후의 첫 만루 무실점이었다. 윤희상은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루수, 2루수, 3루수, 포수까지...... 모두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다.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에 남아있던 나머지 모든 선수들마저 뛰어나온다.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그에게 다가오는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가장 먼저 박경완감독을 찾아가 껴안은 윤희상.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희상아'




아무튼감. 솩갤문학이 간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