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정훈의 순발력이 빛을 발했다. 정훈은 이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리며 팔을 쭉 뻗어 건져 올렸다. 순식간에 1루 주자 고종욱 까지 더블 아웃되는 최고의 호수비를 펼쳤다. 

이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최소 2루타가 되며 무사 2,3루로 위기가 불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훈의 호수비 덕에 모든 것은 정리될 수 있었다. 

과연 정훈의 수비는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단순히 만점짜리 호수비라고 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될 수 있는 가치는 따로 있었다. 트랙맨 시스템은 이 호수비의 가치를 수치화 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일단 이정후의 타구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총알 같은 타구였다. 타구 스피드가 165km나 됐다. KBO리그의 평균 타구 속도는 139.9km다. 이정후는 이를 25km나 넘는 타구를 날려 보냈다. 

상.하 발사각은 14도로 높지 않았지만 좌.우 발사각은 매우 이상적으로 형성된 타구였다. 

이 정도 타구가 미트에 닿지 않고 빠져나갔을 때 트랙맨 시스템이 기록한 기대 장타율은 7할9푼8리나 됐다. 여유있게 2루타 이상이 될 수 있는 타구였음을 뜻한다. 우익수 수비 위치에 따라선 최대 3루타 까지 가능했다고 기대 장타율은 말하고 있었다. 

정훈의 호수비는 이 7할9푼8리의 장타율 타구를 지워낸 것이었다. 한 경기를 건져낸 호수비나 다름 없었다는 뜻이다. 정훈의 호수비로 롯데는 5위 KIA와 승차를 2.5경기차로 좁히며 가을 야구에 대한 마지막 실낱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갤주니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