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전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한정적인 기회를 부여 받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 롯데는 희망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롯데는 지난 28일 고척 넥센전을 8-9로 패하면서 3연승이 끊겼다. 에이스의 부진과 실점 과정에서의 실책 등 과정의 아쉬움이 짙었다. 사실살 자멸이었다. 하지만 자멸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기대치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이 숨어있었기 때문.

롯데는 6회까지 2-9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사실상 경기의 분위기는 넥센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하지만 6회말 1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김건국이 제리 샌즈와 박병호를 범타 처리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7회와 8회를 모두 연달아 삼자범퇴로 처리하면서 넥센의 점수를 붙들어뒀다. 김건국은 2⅔이닝 동안 8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 4사구 없이 삼진 2개를 뽑아내 퍼펙트 이닝을 만들었다.

앞선 투수들의 실점이 김건국의 퍼펙트 피칭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게 만들 수 있지만 결과론의 문제다. 그래도 김건국의 투구 덕에 롯데는 대패의 흐름을 씻을 수 있었다.

김건국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롯데 타선도 맹추격했다. 7회 민병헌의 투런포가 터질 때까지는 만회 점수에 그치는 듯 했다. 그러나 8회초 1사 1,3루에서 등장한 전병우가 오주원을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면서 경기가 묘하게 변했다.

전병우는 오주원의 133km 속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데뷔 첫 홈런이었다. 7-9까지 추격한 롯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넥센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김건국과 전병우 모두 올 시즌 이전까지는 1군에서 보기 힘든 선수들이었다. 두 선수 모두 9월 확장 엔트리때 1군 기회를 받았다. 김건국은 2006년 두산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기대주였지만 NC, KT 등을 전전하다가 지난해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전병우 역시 2015년 신인 2차 3라운드로 지명된 내야 기대주였지만 신인 시즌을 보낸 뒤 지난해까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지난 7월 27일 한화전 3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퓨처스리그 13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중장거리 내야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고 1군에서도 능력을 과시했다.

모두 한정적인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오늘만 바라보며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시점에서 백업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잠재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비록 한 경기였지만 김건국과 전병우는 경기에 영향을 끼칠만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롯데 입장에서도 가용할 수 있는 기대자원이 늘어났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연승이 끊겼고 상승세가 한풀꺾였지만 롯데에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