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라인업을 작성하시오

오늘 선발2루수는 누구요?

'김성현'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라인업을 작성하라던 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김성현은 WRC+ 85.5인 타자요. 내야수 중 타격 생산력이 가장 낮고 수비도 안좋은 선수를 선발2루수로 쓰면 어쩌자는 거요?

'김성현'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돌이킬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이길수 있는 기회를 왜 포기하는 거요?

'김성현'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자가 말한다. '지금 SK 와이번스에는, 타격감이 좋은 최항이 있소.

최항은 무엇보다 잘생긴 얼굴을 가졌으며, 모든 팬들이 최항을 쓰기를 바라고 있소

힐까들도 당신의 기용을 반길 거요'

'김성현'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 말하던 자가 다시 입을 연다. '당신의 심정도 알겠소, 2016년 때 김성현이 큰 공헌을 한건 맞고 여태까지의 기용도 용서할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팬들은 당신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앞으로 최항을 기용함으로써 얻은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비판도 없을것임을 약속하오. 당신은....

'김성현'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오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 버렸다.

'지금 SK 순위가 몇위인가?'

'.....'

'음 2위군'

설득자는 ,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정진기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5툴 외야수보다 나은게 어디 있겠소. 5툴 외야수를 써본 감독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외야수가 수비가 중요하다는걸 안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감정은 잘 압니다. 작년에 혜성같이 나타나서 와일드카드전에서 2홈런을 친 외야수인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선수 기용에는 공평함이 있습니다. '작년의 5위 경험과 와카에서 탈락한 경험으로 그걸 이중으로 느꼈을 겁니다. 감독은...

'정진기'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승할만한 전력을 가진 감독이. 굳이 정진기를 쓰겠다 하니, 어찌 참고되는 말을 안할수 있겠습니다.

백만 SK 팬들의 부탁을 받고 온것입니다. 제발 정의윤을 기용하라는....

'정진기'

당신은 작년 SK를 5위까지 만든 감독입니다. 팬들은 정의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의윤을 기용하지 않고 정진기을 기용하렵니까?

'정진기'

높은 순위를 경험한 감독일수록 아집이 많은 편입니다.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은 아직 임기가 1년이 남았습니다. 우리 SK에서는 따라잡아야 할 승차가 태산 같습니다.

당신보다 스탯을 더 많이 보는 사람으로써 말합니다. 충고해 주고 싶습니다. 정의윤을 제발 기용해 주세요

만약 정의윤을 기용한다면 여태까지의 힐까 경력을 청산하고 힐리타가 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힐만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덕아웃 천장을 올려다 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히 말할것이다.

'정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