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귀가하고 시간이 지나서 곧 재검을 받거든.

풀배터리 검사 결과나 정신과 의사는 나보고 상황이 안좋대.

군대 가는 거 힘들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기는 해주는데 나는 확신이 안서.

밥 먹고 똥 싸고 나갈 일 있으면 나가고 현생 살긴 사는데

아무런 의욕이 없고, 정신적으로 무료하고, 잠도 잘 못자고, 뭘 해도 재미라는 것을 못 느끼고

그렇다고 정말 아무 것도 안하면 뭐라도 해야될 것 같은 강박에 가습이 답답해서 가끔 폐쇄적인 상황에 놓이면 공황도 옴.

이렇게 현재는 우울, 강박, 공황 3가지를 치료하고 있는데

나도 이걸 심각하게 인지하고 치료한 지는 4개월이 채 안됐음.

그 전까지는 너무나도 멀쩡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대학교도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도 무사히 했고(지금은 휴직), 연애도 남들처럼 하고 모자랄 것 없는 삶이었음.

그러다 보니 마치 예전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가 분리된 느낌임.

예전의 자아는 "멀쩡하게 살던 니가 왜 아프다고 세뇌하면서까지 군대를 무서워하니?, 다른 사람들 하는 것처럼 너도 군대 가서 버텨야지" 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고

현재의 자아는 "정신적으로 아픈 게 요즘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너 강박에 공황까지 가지고 있는데 군대 들어가면 미쳐버릴 걸? 공익 받을 수 있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도전해봐"라고 얘기하는데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이 바뀌면서 미쳐버릴 것 같음..

의사나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나는 내가 아프다는 걸 인정하기 싫고 정상인이고 싶으니까

나 스스로 정신과 공익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안들고

또 혹시나 만약 재검의 재검까지 받다가 결국 3급 현역이 뜨면 어차피 군대를 갈텐데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