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아가르타
(1)
배들이 아가르타로 향하고 며칠 뒤―
그 유일한 항로 구름에,
한 척의 특이한 소형정의 그림자가 있었다.
뱃전의 도장(塗装)은 맑은 청색이어서,
하늘에 비쳐 보이는 듯 했다.
그 배의 키를 잡은 건 단장이었다.
비이
오?
둘 다!
예의 전설의 섬이 보이기 시작했어!
루리아
정말이네요!
저 섬이 아가르타……
아!
기공정이 잔뜩 정박해 있어요!
질서의 기공단의 배도 있네요.
비이
분명 리샤 일행이 타고 온 배일 거야.
그 외에도 상회의 배라든지 이런저런 게 정박해있어.
루리아
그치만 프로펠러가 움직이고 있질 않아요……
모든 배가 완전히 정지해 있는 것 같아요.
비이
누군가 타고 있는 기척도 없는 것 같네……
모두 "무장집단"인데도 붙잡혔다는 건가?
루리아
그렇네요……
역시 모니카 씨의 추측대로……
400년 전에 멸망했다고 생각되었던,
아가르타의 민족이 지금도 살아남아서―
아말티아 섬―
질서의 기공단의 거점.
단장 일행은,
선단장 대리 모니카의 초청에 의해,
그 제4기공정단의 본영에 와있었다.
비이
리샤가 행방불명이라고?
모니카
아아.
아가르타 발견 소식은 들었겠지.
리샤는 그걸 조사하러 갔어.
하지만 돌아온 건……
루리아
모니카 씨……?
모니카
돌아온 건 한 척의 배와 100의 목이다.
단원에, 상인에, 학자……
아가르타로 향한 자들의 목이었어.
비이
뭐라고……!?
모니카
그 배에 살아있던 건,
운반역으로 지정된 조타사 한 명뿐이었어.
루리아
너무해……
누가 그런 짓을……
모니카
그 조타사에 의하면,
아가르타에 상륙 직후,
수수께끼의 무장집단이 나타났다고 해.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 마냥,
문답무용으로 습격해왔다고 했어.
비이
질서의 기공단 단원들조차도,
당해낼 수 없었단 거야?
모니카
믿기 힘들다만……
조사요원이라 한들,
상응하는 역량은 갖추고 있던 자들이었어.
루리아
그 무장집단은 다른 분들보다도,
먼저 상륙해있던 자들인 건가요?
모니카
그럴 가능성은 낮을 거야.
리샤 일행이 출발한 건,
죽음의 공역 소멸 바로 다음날이니까.
비이
잠깐.
그렇다는 건 즉……
모니카
원래부터 아가르타에 있던 자들……
죽음의 공역의 가혹한 환경에 의해,
이미 멸망했을 거라 생각되던,
아가르타의 민족이 살아남았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아.
루리아
무장집단의 정체가 아가르타의 민족……?
모니카
어떻게 죽음의 공역에서 살아남은 건지,
어째서 우리에게 적의를 표명하는 건지,
아직 알 수 없는 것들뿐이지만……
무엇보다도 문제인 건,
아직 수백 명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거야.
비이
설마……
리샤 일행이 잡혀있을 거라는 건가!
모니카
아아.
인질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도 구출하러 가고 싶지만……
…………
단장.
미안하지만 아가르타에 침입해서,
리샤 일행을 구출해 줄 수 없을까?
적 세력이 아가르타의 주권자였을 경우……
우리가 움직였다간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거야.
즉, 전쟁이 될 거란 거야.
그랬다간 인질이 어떻게 될지는……
지금 아가르타를 자극하는 건 위험해.
루리아
물론이죠!
저희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동료인 걸요!
모니카
고마워……
즉시 침입용 소형정을 준비할게.
현지에는 한발 앞서 밀정을 잠입시켜놨어.
상륙 후의 계획 준비는 그에게 맡기면 될 거야.
비이
알았어!
우리한테 맡겨!
모니카
음.
그럼 인질 구출 작전의 상세를 설명할게―
(2)
일행이 아가르타로 향하고 있을 무렵―
질서의 기공단원
하아……
오늘도 썩은 고기인가……
오탐 상회
대체 무슨 고기인 거야……
공복인데도 토할 것 같아……
역사학자
물도 하루에 겨우 3잔……
이 상태론 곧 죽는 사람이 나올 거야……
사만다 상회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야……
아가르타 녀석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지리학자
정말 어쩔 생각인지……
매일 심문만 해대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요……
생물학자
콜록콜록……
그들은 하늘의 세계를 알고 싶어 해요……
그치만 어째서 그렇게까지……
셰로카르테
으~음……
다들 영양실조의 징후를 보이고 있네요……
리샤
그렇네요……
적어도 아픈 사람의 치료만이라도……
윌
부탁한들 소용없어.
그들이 우리를 볼 때의 눈.
마치 벌레놈들을 보는 것 같았는 걸.
뭐어 그것보다도.
너희 "마히토"라는 단어는 알고 있어?
셰로카르테
마히토~?
잘 모르겠는데요~……
리샤
저도요.
그 단어가 왜요?
윌
심문관들이 떠들 때 들렸거든.
그렇다면 아가르타의 독자적인 단어라는 건가.
마히토, 마히토- 마히토!……
내 가설대로 마물은 살아남아 있었어.
그치만 인간도 살아남았을 줄은 몰랐는 걸.
조금 신경 쓰이네.
논리의 공백에야말로 무언가 발견이 있을 터……
셰로카르테
어… 음…
리샤
이 상황에서……
과연 연구자라고 해야 할까요……
셰로카르테
윌 씨는,
그란 사이퍼의 단원이니까요,
구조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 지도요.
리샤
아하……
저희가 돌아오지 않는 걸로 지금쯤,
모니카 씨도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희망을 버리지 않고 타개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3)
침입용 소형정에 올라,
아가르타 상륙을 마친 일행.
그 황량한 풍경을 보고,
죽음의 공역의 가혹한 환경을 통감하고 있었다.
비이
여기가 아가르타인가……
진짜 살풍경이네.
이런 게 쭉 펼쳐져 있는 거지?
루리아
죽음의 공역의 영향인 거죠……
대체로 인간이 살 수 있는 장소는 아니네요.
비이
돌아온 조타사의 이야기론,
동물을 거의 못 봤다고 했지.
루리아
식물도 자라있는 건 내음성,
이라는 게 있는 잡초뿐이라는 것 같아요.
비이
점점 의문이 드는 걸.
아가르타의 민족이라는 애들은 진짜로,
이런 환경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설마 안개라도 먹었다든가……
루리아
아하하……
꼭 선인 같네요.
그치만 저라면,
고기도 야채도 거의 없다니―
???
아, 있다 있다.
비이
응?
누군가 오는데?
???
너희가 단장 일행인가?
선장 대리가 세운 인질 구출 작전의.
비이
아아.
우리를 알고 있다는 건……
너가 모니카가 말한 밀정이야?
???
응.
너희를 보좌하기 위해 온 선행조다.
사실 거의 차이 없다만.
루리아
엄청 든든해요!
성함이 분명……
맥코이
소인은 맥코이.
이번 작전 협력에 감사한다.
너희의 활약은 많이 들었어.
비이
아프로 아재의 평판도 알고 있어.
질서의 기공단 제일의 솜씨를 가졌다며.
맥코이
몰래몰래 하는 건 특기거든.
예전부터 존재감 없는 인생이라서 말이여.
비이
그 헤어스타일로 몰래몰래가 특기?
한눈에 누군지 들키겠는데.
루리아
우후후.
근데 선행조라고 하셨죠.
다른 밀정분들도 와있는 건가요?
맥코이
아아 그려그려.
선행조는 한 명이 더 있다만……
어디서 놀고 있는 건지.
단토
누가 논다는 거냐.
그대가 목이 마르다고 시끄럽게 굴어서 물을―
비이
단토!
네가 선행조였구나!
단토
왔는가 단장.
맥코이가 조력을 요청해서 말이다.
직접 이 작전에 참가했지.
루리아
맥코이 씨가?
두 분은 친구였던 건가요?
맥코이
예전 질서 동기여.
너희의 기공단에 소속되기 전까지는,
가끔 일을 넘기곤 했었제.
단토
그냥 질긴 인연일 뿐이야.
리베라 공 일행의 식사비를 위해서다.
맥코이
아직도 고양이한테 미쳐있었나, 이 머머리는.
단토
스승님을 모욕하는 건가, 이 폭발머리놈.
맥코이
이것도 모르다니.
소인의 이 머리스타일이야말로,
단내 최고 밀정의 정수여.
가발에, 연막에, 자물쇠 파괴……
이 머리에 밀정의 일곱 도구를 담고 있다고.
단토
평범하게 가방을 쓰라고 가방을.
비이
아하하!
대머리와 아프로 올록볼록 콤비라니.
뭔가 밸런스 좋은데.
루리아
비, 비이 씨 실례에요……
그러고 보니 네코 쨩들은요?
오늘은 함께 오지 않은 건가요?
단토
음.
이 작전은 계속해서 위험이 따라다니니까,
제4기공정단에 맡겨놨어.
맥코이
그럼……
서로 상황 확인도 끝났겠다.
다음은 작전 확인을 해볼까.
제1단계.
인질이 잡혀있는 장소로 향한다.
제2단계.
무장집단의 눈을 피해,
수백 명의 인질을 해방한다.
제3단계.
신호탄을 쏴 근공에 몸을 숨기고 있는,
제4기공정단의 구원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틴다.
이상.
질문 있나?
루리아
네!
인질이 잡혀있는 곳이라니……
맥코이
응.
이미 발견했어.
첫 목표 지점은,
여기보다 남동쪽의 다리……
그 다리를 건너,
두 번째로 높은 언덕을 넘으면,
"수용소"라는 건물이 보일 것이여.
비이
오오……!
역시 밀정이야!
어떻게 안 거야?
맥코이
후후후.
기업 비밀이라 쳐두지.
루리아
기업 비밀……!
뭔가 멋져요……!
단토
허풍은.
끽해야 족적을 따라간 거겠지.
맥코이
뭔 소리여.
적의 바큇자국을 찾아내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법이여.
비이
아하하!
진짜 올록볼록 콤비라니까.
루리아
그럼 첫 목표는 다리네요.
수용소에서 다들 구원을 기다리―
단토
음……?
엎드려라 루리아!
루리아
엣―-
단토
뭇!
비이
뭐야……!
갑자기 나이프가 날아왔어!?
맥코이
기다려……!
이미 적의 사이에 있어.
함부로 움직였다간 위험해.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아직 잔당이 있던 건가.
마치 진딧물처럼 솟아나오는군.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자 어떡할까……
인질의 수는 충분할 터.
뭐, 현장 판단으로 괜찮겠지.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알겠다.
내가 대머리를 죽이지.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그럼 나는 아프로를.
여자들은 죽이기 전에 정보를 불게 해.
비이
이 자식들……!
설마 예의 무장집단이란 놈들인가!
맥코이
단장.
너는 비이와 루리아를 지키는 거다.
저놈들은 우리가 맡지.
온다―
(4)
모니카
작전 내용은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무장집단에 대해서다만……
살아남은 조타사에 의하면,
아마도 인간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고 해.
비이
하……?
뭔 소리야?
모니카
상식을 뛰어넘는 중량의 무기……
그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괴력……
거기다 교전에 의한 상처를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통각이 없는 것 같이 행동하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술을 전개한다고 해.
루리아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모니카
신빙성에 대해선 뭐라 할 수가 없어.
공포로 기억이 뒤틀렸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허나 죽음의 공역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야.
하늘의 상식이 통하는 게 부자연스럽지.
단장.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마―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하앗!
단토
누옷……!
맥코이
머머리!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다른 사람 걱정할 여유라도 있는 건가?
맥코이
…………읏!
무장집단은 바위를 사탕알인 양 부수고,
건조한 대지를 얇은 얼음인 양 깨트렸다.
그 광경에 일행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맥코이
과연……
이게 하늘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기인가.
선장 대리의 걱정이 맞아떨어졌구먼.
그 정체가 세계 최고 중량 최고 경도,
전설의 광석 오리할콘제였을 줄이야.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호오……
오리할콘을 알고 있는 건가.
맥코이
뭐어 유명하니까.
허나 문제는 오리할콘보다,
그걸 자유롭게 다루는 자의 존재다.
너희, 진짜로 인간인가?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죽음의 공역은 사라졌다.
인간의 정의는 바뀔 거다.
후세에는 우리들 마히토가 기준이 되는 거다.
맥코이
마히토……?
단토
가핫……!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아직도 숨이 붙어있나.
이전의 녀석들에 비하면 기개가 있군……
아, 그런가.
잔당이 아닌 거군.
돌아오지 않는 동료를 구출하러 온 증원인가?
단토
너희야말로 정체가 뭐냐……
어째서 아가르타의 민족은 우리에게 검을……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질문하는 쪽은 나다.
네놈의 태도에 따라서는 편히 죽게 해주지.
단토
…………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그럼 고통 속에서 죽어라―
맥코이
호이호이호이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흥……
쫄랑쫄랑……
너무나도 하찮은 검기다.
맥코이
그거야 미안하구먼.
당신한텐 도무지 못 당하것는디.
역시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던 마히토 님이구먼.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뭐……?
마히토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냐?
맥코이
그쪽도 유명하거든.
따끈따끈한 밥 위에 얹으면 맛있는 그거 맞지?
빵에 끼워먹어도 괜찮았던가.
늑대가면의 무장집단
이 새끼가……!
맥코이
찬스―
단토
누오오오옷!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하아아아앗!
단토
으윽……!
여우가면의 무장집단
뒤져버려……
하늘의 죄인놈들……
단토
죄인이라고……?
맥코이
이런이런.
그쪽도 끝난 건가.
단토
아아.
그치만 솔직히 말해서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이 자들은 대체 정체가 뭐지.
맥코이
마히토인가 하는 칭호 말고는 몰러.
보초 임무를 서고 있던 걸 보면,
이런 역량인데도 일개 잡졸에 지나지 않겠구먼.
비이
어~이!
올록볼록 콤비!
루리아
두 분!
상처는 없으신가요?
단토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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