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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어떤 성장 트와이스 3집 Formula of Love: O+T=<3

ㅇㅇ(211.195) 2021.11.25 20:02:55
조회 33 추천 0 댓글 0

트와이스의 변화를 전하는 증거가 이렇게 잘 매만져진 팝 트랙들이라니, 듣고 즐기는 대로 그것이 트와이스의 성장이다. 그저 자연스럽고 즐겁다. (2021.11.24)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성장하면서도 성장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돌이 처하는 흔한 딜레마다. 꼭 초인이나 요정 같은 특별한 존재로서의 운명을 부여받지 않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반 발짝 높은 곳에서 살짝 떠오른 채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돌의 모습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 바라본 이상 가운데 하나다. 슬픔은 그곳으로부터 온다. 아이돌은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형에 가깝게 태어난 존재이지만, 그를 지탱하는 건 오직 사람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면 모두 자랄 수밖에 없고, 자라야만 한다. 이렇듯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듯, 황당하게도 아이돌의 성장은 한때 그 사실만으로 아이돌로서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불편한 만큼 확실하게 지금까지 이 세계를 지탱해 온 생각의 한 축이었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아이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들의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주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돌의 수명도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활동이 일정 궤도에 들어서기까지 이전보다 두 세배는 넘는 긴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10년 이상 활동하는 장수 아이돌도 속속 등장했다. 이제 아이돌은 생산과 소비 모든 파트에서 10대만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아니었다. 1세대 아이돌 문화를 접한 이들은 슬슬 40대에 접어들기 시작했고, 새롭게 아이돌 문화에 영입된 이들도 사회적 지위와 나이에 큰 편차를 두었다. 어디에 가도 아이돌 팬 한 명 없는 집단을 찾기 힘들어진 현재 안에서, 아이돌의 성장에 대한 접근도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며 은근한 제스처를 취하는 게 성장인 시대는 이제 타임캡슐에 박제되고도 남았다는 이야기다.

지금 아이돌의 성장은 음악과 사람 그리고 그 세계를 굳게 떠받치고 있는 유일한 공동체인 그룹의 성장, 그 모두를 뜻한다. 이제는 상식이 된, 그룹에서 앨범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세계관은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하는 가장 큰 근거가 되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 안을 채우는 음악과 사람 역시 세계의 확장과 함께 발맞춰 성장해야만 한다. 그래야 맞다. 귀엽다, 섹시하다 같은 욕망의 주체마저 불분명한 추상적 묘사로는 어떤 매력도 전달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귀엽거나 섹시해도 좋지만, 귀여움과 섹시함에도 역사와 맥락이 있어야 한다. 그를 행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무대 위의 퍼포머로서, 짧지 않은 시간 불특정 다수의 큰 사랑을 받아온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 기반이 되어야 더 오래고 깊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뀌어 온 것처럼, 아이돌의 성장도 그렇게 변화해 왔다.

트와이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Formula of Love: O T=<3>는 그런 지금의 케이팝을 대표하는 한 그룹의 성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앨범에는 많은 사람이 트와이스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릴 'CHEER UP'이나 'TT', ‘SIGNAL’, ‘YES or YES’처럼 상큼한 사랑스러움에 온통 초점을 맞춘 댄스 팝을 찾기는 어렵다. 그나마 타이틀곡인 ‘SCIENTIST’가 그 맥을 잇고 있지만, 호락호락한 마음으로 들어왔다가는 멤버들이 섞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시약에 어떻게든 당하고야 말 거라는 스산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낮고 느긋하게 진행되는 리듬을 타고 미나, 정연, 채영이 만들어내는 곡 초반의 묵직한 무드는 일견 메인 보컬 지효의 시원한 보컬과 익숙한 멜로디로 매만져진 후렴구를 위한 빌드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멤버 각자의 솔로곡과 리믹스 트랙까지 17곡을 꽉 채운 앨범 전체를 듣다 보면, 결국 그 묵직함은 만 6년 차 아이돌 트와이스의 무게를 뜻하는 무게추구나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MOONLIGHT’이나 ‘CRUEL’, ‘F.I.L.A(Fall In Love Again)’로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팝 음악에 대한 갈증을 채우고, ‘ICON’이나 ‘ESPRESSO’로 조금 쌉쌀한 뒷맛을 즐긴다. 유닛별로 준비된 솔로 곡으로 다채로운 메뉴를 맛본 후, 지효, 다현, 나연, 채영 등 멤버들이 작사와 작곡에 직접 참여한 곡들을 찾아보며 즐거움의 토핑을 더 한다. 2019년 4월 발표한 타이틀 곡 ‘FANCY’ 이후 부쩍 성장한 이들은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그 변화를 전하는 증거가 이렇게 잘 매만져진 팝 트랙들이라니, 듣고 즐기는 대로 그것이 트와이스의 성장이다. 그저 자연스럽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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