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재판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한국은 개인이 최대한 사실을 파악한 후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낸다. 미국은 일단 법원에 소송부터 내고 소송과정에서 사실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서, 동네 식당에서 고기를 사 먹은 후 배탈이 났다고 하자. 우리나라라면 가게에 찾아가서

- 나: 내가 어제 여기서 판 돼지고기 먹고 설사나서 고생했어요. 그 돼지고기 몇일된 겁니까?

- 식당주인: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되는데요? 대체 얼마나 아팠길래 그래요? 병원에 진단서 가져오세요.

이와 달리, 미국은 일단 법원에 소송을 내고, 그 후에 법원에서 양쪽에게 위의 내용을 확인한 후 서로에게 알려준다. 이때 법원이 확인을 요청하면 양쪽은 법원에서 요청한 돼지고기 납품서류, 진료기록 등을 법원에 제출해야 되고(제출 안 하거나 속이면 처벌) 법원은 이를 양쪽에 똑같이 보내준다. 즉, 위 대화에서 당사자끼리 티격태격한 부분을 법원에서 해주는 것.

탈덕수용소의 경우 한국식 시각으로 생각하면

- 유튜브 회사에 탈덕수용소의 신상정보를 요청한다.

- 유튜브 회사는 안 알려준다. 끝.

미국식 제도를 활용하면

- 나는 미국법원에 재판진행을 위하여 탈덕수용소의 신상정보를 알아야 하며, 이는 법원에서 유튜브 회사에 조회를 하면 알 수 있다고 신청함

- 미국법원은 "탈덕수용소가 유튜브에 등록한 신상정보가 재판진행에 왜 필요한지"를 설명요구함

- 나는 미국법원에 "한국법상 유튜브 명예훼손은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데,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려면 유튜브 신상정보가 필요하다"라고 설명

- 미국법원은 유튜브 회사에 탈덕수용소의 신상정보를 요청(내가 미국법원에 신청했던 신상정보 중 미국판사가 "이건 몰라도 소송진행가능하다"라고 판단했거나 "너무 광범위하게 요청했다"라고 판단하면 기각될 수도 있음)

- 유튜브는 미국법원에 탈덕수용소의 계좌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알려줌 --> 나도 탈덕수용소의 계좌번호를 알게 됨

이제 탈덕수용소의 계좌번호를 알았는데(국민은행 ㅇㅇㅇ-ㅇㅇㅇ-ㅇㅇㅇ이라고 해보자), 고소를 하려면 탈덕수용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경찰서에서 은행에 알려달라고 해도 안 알려준다(금융실명제). 그러나 법원에서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준다.

이때 한국법원의 주소보정 확인과정을 이용한다. 법원에서는 재판이 시작되면 양쪽에 재판진행 관련 서류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주소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를 이용해서 판사에게

- "저는 지금 탈덕수용소의 주소를 모르지만 판사님이 은행에 물어보면 은행에서 해당 계좌번호 예금주의 주소를 알려줄 겁니다. 그러니 은행에 자료 요청해보세요"라고 알려준다.(보통 소장에 주절주절 적어줌)

- 판사가 은행에 조회해서 주소지를 알아낸 후 민사소송이 개시되었고 절차가 어떻게 됨을 탈덕수용소와 나에게 알려줌. 그리고 내가 받은 민사소송 진행문서에 탈덕수용소의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음.

- 만약에 탈덕수용소가 은행에서 알고 있는 주소지와 다른 경우 판사는 나에게 "탈덕수용소 주민등록번호는 000000-0000000인데 우리 법원에서 조회한 주소로 우편을 보냈더니 반송되더라. 실제 주소는 법원도 모르겠으니 주소지는 당신이 알아서 찾아보셔"라고 통보해 줌

이제 탈덕수용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게 되었다. 너 뒤졌다!!!

한줄요약) 장원영 변호사가 탈덕수용소 신상을 털게 된 것은 미국법원과 유튜브 본사를 (미성년자에 대한 성희롱은 엄벌 어쩌고 저쩌고) 설득력있게 감동시켜서가 아니라, 미국법원에 탈덕수용소 신상을 알아야만 소송 자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한 것이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