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인들 맛있어 보이는 주제에 대한 입질이 오면 안 놓칩니다. 

하이브의 난감한 입장을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하이브는 꽤 명백하게 현정권과 대립 상태였죠. 오죽하면 '문재인 정권 때는 방탄 부르면 막 보내주더니 왜 우리한텐 안 해주냐'고 불만을 얘기한 관계자마저 있었습니다. 약간의 갈등을 겪은 뒤엔 뜬금없이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를 받았어요. 그땐 더쿠에서도 현정권이 하이브 압박한다고 욕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딱히 현정권과 화해를 한 제스처가 없는 상태인데, 그렇다고 해서 전 정권의 인사들이나 이재명 쪽이 하이브 편을 들어줄 리도 없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지지자와 민희진 지지자가 상당 부분 겹치거든요. 김어준이 민희진을 비판하자 실망감을 표출하는 지지자들이 꽤 있었고, 그 이후 김어준은 관련 사안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중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하이브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찌르는 겁니다. 민희진 팬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누가 뒤에서 상황을 만들어가는지 뻔히 보인다는 점과 별개로 표미새 정치인 하나 걸리면 하이브가 곤혹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보수 쪽에서도 윤석열을 혐오하는 시국에 하이브가 윤석열에게 살려달라고 바싹 엎드린다면 그건 80%의 국민에게 찍힐 수도 있어서 쉽지 않죠.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닙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자기 정치 색깔을 드러내면 그 순간부터 절반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는 나라에요.

여기 혹시 아이즈원 조작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다면 정치권이 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업계 쪽에서는 아이즈원 멤버 개개인에게 억울한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조사가 끝날 때까지 디테일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아이즈원 안티들의 지속적인 푸쉬를 받은 하태경 의원이 검찰 수사 자료를 언론사에 공개해버렸습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즈원을 저격하면서 인기를 끌려고 했죠. 

당연히 아이즈원과 하이브의 사례는 다릅니다. 뭐가 어쨌든 아이즈원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기 사건이었으니까요. 안준영이 명확하게 잘못을 저질렀습니다.그런데 하태경이 과연 진짜 잘잘못을 따지고자 떡밥을 물었을까요? 아니요. 여론을 등에 업어보려는 표미새의 전형적인 행태였죠. 이후 여론이 잠잠해지자 하태경 역시 지속적으로 피드하긴커녕 마치 모든 걸 잊은 것처럼 관련 포스팅을 멈췄습니다.

하이브는 정치권에 우호 세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치인 중 누군가가 이 사건을 얄팍하게 관심을 가진 채 네이트판이나 네이버 댓글란을 여론이라 생각해버린다면 상황이 매우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