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이랑 홍대 E동에서 강헌 대중음악사 듣던게 엊그제 같음. 강헌 할배는 그때 수업 시간에 대놓고 담배피던 시절.

명석이는 키도 작고 살짝 아싸 느낌이었는데 친해지면 입담 좋고 은근 여자 밝히고 클럽 좋아하는 평범한 한남이었음.

재밌는게 홍대 미대의 상징인 문헌관 F동 앞 '미대 벤치'는 미대 외의 문과대, 공과대 등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담배 조지기 핫플레이스였는데

명석이와 나는 여기 죽돌이였음.

온 종일 타과 여학우들 흘끔거리며 얼굴과 몸매, 패션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게 소소한 낙이었음.

그 후 우리는 학업보다 명월관 MI NBINB 드럭 등 클럽을 섭렵하며 현재 잘나가는 케이팝 인맥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었음.

양현석, 달파란, 인디씬부터 논현동 아이돌 대중소 기획사까지 다 홍대로 모이는 시절이었으니까.

이쪽업계란게 워낙 좁아서 민희진도 당연히 만났음.

희진은 취향이 좀 특이했음. 당시 주류였던 하우스나 테크노보다는 재즈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홍대 로데오 -주차장 골목의

블루스하우스에 LP 들으러 자주 갔었음.

알려지진 않았지만 블루스하우스는 김광석 자살전에 지인들과 목격된 마지막 술자리였고 지하 계단 앞 벽쪽 테이블이 바로 그 자리임.

우린 그 자릴 좋아했고 희진은 종종 스탄게츠와 질베르토의 '걸 프롬 이파네마'를 리퀘스트해서 들었음.

난 좀 있어보이려고 그런 대중픽 보다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좋다고 으스댔음.

그렇게 우린 취미 비슷한 평범한 술자리 친구 정도였고, 어느 날 일본에서 재즈의 살아있는 전설 '말 왈드론' 할배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에

나는 슬쩍 희진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플러팅을 날렸고, 희진은 바쁘다고 거절했고,

그 후 우린 연락이 끊기게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