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엔 가요 위주로 노래 들었음

검정치마나 원모어찬스 델리스파이스 브로콜리너마저 십센치 가을방학 등등등 인디나

오아시스나 디오 퀸 acdc 등등 거의 락밴드 위주로 듣고

다듀나 슈프림팀은 딱히 관심 없었음


컨트롤 대전때도 디스전이 유행이라길레

친구끼리 너 등신 븅신 이렇게 놀리는 거 따라한 정도임

암튼 힙합이라고 하면 허세나 가오 빠짝 부리면서

흐느적대는 그런 음악으로만 알고있었음

래퍼는 노는 거 좋아하고

맨날 사고치고 진지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고

말도 빨라서 뭔 얘기하는지도 몰랐고


쇼미도 그래서 딱히 챙겨보지도 않음

그냥 몇곡 듣다가 괜찮다 싶으면 음원 몇개 챙겨 듣는 정도였음

다신 오지 않을 힙합의 전성기를 무심히 지나쳤지


그러다 맨스티어 접함

그냥 내가 알고 있던 래퍼나 힙합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풍자하니까 너무 재밌었음

그러다 얘들이 가끔 샤라웃하는 곡들 찾아듣게됨


도대체 이센스 빈지노가 어떻길레 저렇게 원탑이라는 걸까

호미들의 노세노세가 얼마나 좋길레 패드립 읊는 걸까



노세노세는 그냥 내가 알던 래퍼의 이미지 였음

플렉스에 자기 욕하는 애들 ㅈ까라는 그런 내용

그래도 듣기 좋아서 하나 둘 파고 들어갔는데


사이렌 듣고 귀가 확 트이는 기분이 들더라고

어릴 때 살던 동네 생각도 나고



가사처럼 칼침 놓고 피가 흐르는 곳은 아니었지만

심심하면 연쇄 방화 사건 터지고

좀도둑 새끼들이 집 털어서 경찰 사이렌은 일상

친구는 학교 선배한테 칼로 협박 당하면서 돈뜯기고

애새끼들은 야동 따라한답시고 후배들 데려다가 따먹는 시늉하던 그런 곳이었음


아무튼 우리동네 치안은 중요한 얘긴 아니고

그 뒤로 이센스 독이나 에넥도트 들으면서

힙합이란 장르가 마냥 허세 가득찬 장르가 아니란 걸 느끼게 됨

좀 더 자기 얘기를 진솔하게

온 감정과 과거를 진지하게 풀어낸단 걸 알게 됨



밈으로 소비했던 정상수도 찾아보니

가사 기깔나게 시처럼 뽑아내고 있었고



블랙넛도 미친새끼 소리 나올 정도로

재밌게 곡 구성하고 사회 통념 ㅈ까라고 가사 쓰고



스카이민혁은 진짜 자기혐오와 갈망을

멋있게 풀어내더라고


아무튼

플렉스니 뭐니하던 허세도 일종의 솔직함처럼 느껴지더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다르게 보면 매력이고 솔직함이라는 걸

아주 멋진 음악이란 걸 알게 됨



래퍼들도 어두운 과거를 마냥 피하지 않고

멋지게 음악적으로 해소해내는 사람들이었고

만약 좀 더 일찍 힙합에 관심 가졌다면

나도 과거에 눈 돌리기보단

솔직하게 바라보며 이겨내고 맞대면 할 수 있진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더라



암튼 침체된 시기지만

그래서 거품이 걷혔기에

유행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솔직한 진짜들만 남았을거라 믿고

이 씬을 좀 더 지켜보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