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비프리가 가사 잘 쓰냐?

하나하나 살펴보면 단순한 어휘들, 날 것의 감정, 중학생 일기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그게 하나의 노래로 뱉어졌을 때 울림을 줌

울림이 있는 이유는 흔하지 않기 때문임 특히 국힙에서

어느 순간부터 힙합은 스웩으로 대표되는 장르가 되어서

뭐먹고 사는지 알 수 없는 듣보잡 래퍼들도 포르셰 끈다 하고 니 여친 뺏는다 하고 니 월급 하루에 번다고 개허세지랄 떠는데

그게 스웩이니 기믹이니 하면서 판치던 게 불과 몇 년 전 힙합 버블 시대의 국힙이었음

그러다 힙합 거품 다 빠지니 카푸어 된 래퍼들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연명하는 시대에

비프리는 오래 전 주목 받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진짜 자기 생활을, 자기 가슴 속에 있던 얘기를 어떤 허세와 필터 없이 끊임 없이 말함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좆 같으면 좆 같은 대로

고스란히 노래 안에 담아둠

비프리에게는 노래는 누군가에게 근사해 보이기 위한 전시품이 아니라

최성호라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남기고 마는 흔적에 가까움

그러니 아무리 많은 논란과 사고들로 그의 삶이 얼룩져있다고 해도

그런 자기 인생을 언제나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사는 태도에는 리스펙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음

인도라는 곡을 봐도 사실 인도로 차 다녀서 좆 같다는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 무수히 많지만

누구도 그거에 대해서 노래로 만들지 않음 왜? 하찮은 분풀이고 멋 없으니까

그런데 비프리만은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들이받음

과시적으로 의미 부여하는 것 없이 정말 그 자체에 대해서만 말함

왜? 지금 뚜벅이 근로자로 사는 비프리에게는 그게 정말로 열 받는 일이니까

손에 손잡고라는 곡에서는 수입 없고 여친이랑 싸우고 이런 하루가 짜증나도

다시 시간 지나니까 기분 괜찮아져서 여친 보고 싶어하는 하루가 소탈하게 다 담김

왜? 그게 정말 그의 하루하루니까

누군가는 인스타 스토리 하나로도 남기기 민망한 것들을

비프리는 노래에 담아서 음반으로 만듦

왜? 그게 지금의 나니까

그게 좆되는 부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