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음악적인 요소가 개쩌는 것이든 (멜로디, 가사, 스킬 등) 관념적으로 개쩌는 것이든 (서사, 메시지)

대중들에게 흔히 '명반'이라는 건 전자에 해당하는 놈이고, 매니아들은 전자를 포함해서 후자까지 살펴본다고 생각한다.

매니아들이 누에킁 같은 작품을 명반이라고 말해도 대중들은 리쌍의 아수라발발타를 더 익히 알고 명반이라고 생각할 거다.

그건 그 사람들이 막귀라서가 아니라 매니아처럼 깊게 파고들거나 그들의 배경까지 살펴보면서 음악을 듣지 않기 때문이지.

그런 지점에서 흔히 매니아들이 말하는 명반들은 대중들 입장에선 그뭔씹이다.

내가 힙합에 입문했을 당시에도 딱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장담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감상할 때 시대상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때 당시 유행하던 사운드, 프로덕션의 한계 같은 거.

요즘 젊은 10대들이 칸예의 MBDTF를 들으면 익숙한 사운드가 많아서 2010년에 그걸 라이브로 듣던 사람과는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대상, 그리고 그 앨범이 여러 음악에 끼친 영향력까지 전부 포함해서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나는 생각함.

근데 후자, 관념적으로 쩌는 것은 다름.

왜냐면, '서사'라는 건 그 사람이 죽는 게 아닌 이상 계속 이어지면서 그 끝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

대표적으로 낭만을 추구한다고 말하던 리짓군즈나 뱃사공의 음악이 뱃사공의 몰카 사건 이후로 그때만큼의 감흥을 일으키는가? 하면 아니라고 생각함.

물론 나는 뱃사공의 mr.fuck이나 파랑을 좋게 들었음. 하지만 리짓군즈가 드랍했던 음악과 뱃사공의 탕아, 기린은 그때만큼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음.

오히려 나 나쁜 새끼예요~ 하고 내내 떠벌리고 다니는 777의 감흥이 더 강해졌다고 생각함.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딥플로우의 앨범 중에 명반이라고 많이들 꼽는 양화, FOUNDER 둘 다 처음 드랍했을 때 당시의 감흥을 느낄 수 없음.

양화는 딥플로우가 결국 양화에서의 메시지를 스스로 부정하고 쇼미에 나가고 개짜치는 캘린더 랩을 했기 때문이고

FOUNDER는 그런 개짓거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식구, VMC를 지켜내기 위한 사장의 막중한 책임감이라는 워드로 끌고 가는 앨범이었는데

결국 VMC는 양화를 부정한 딥플로우를 따라 침몰해 심해에 가라 앉았음.

하이라이트도 일리네어도 망했다? 어쩌라고. 남들 망한 거 안 끌고 오면 스스로가 하는 말을 지키지도 못하는 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딥플로우의 앨범을 명반이라고 올려치는지 솔직히 양화, FOUNDER 둘 다 좋게 들었던 사람으로선 의문이다.

그건 딥플로우의 앨범을 곱씹으며 들은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명반인 무언가를 듣는 나'에 심취한 인간들의 행동임.

딥플로우한테 필요한 게 스스로 짓밟은 명반 딱지인가? 아니면 자기가 무너트린 사상누각을 바라보며 시간을 되짚어볼 건조한 시각인가?

스스로 딥뿡이, VMC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