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전문 고인물인데, 흥미가 생겨 간만에 글써본다.
먼저 광수가 운 이유다.

광수가 크게 오열할때가 옥순, 영숙과 2:1데이트를 다녀온 다음날인데, 이무렵 영숙에게 어느정도는 마음을 정했다고 본다.

그러나 막상 마음을 정하고나니 다가올 옥순과의 이별에 감정이 북받쳤고, 이로인해 결정을 확고히 내리기가 어려워졌던거다.

당연히 옥순을 향한 자잘한 감성들이 더 많았기도 했고, 자신이 먼저 좋아해서 설레여했으니 감정을 정리하기가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열할 때와 최종선택직전에 옥순에게 했던 멘트들은, 자신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아달라는 고백이기도 했던 것이고.

광수가 영숙을 선택한건 영숙에게 어떤 매리트가 있다거나 옥순이 실수를 해서가 아닌, 순전히 광수의 열등감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이건 광수도 옥순과의 마지막데이트에서 스스로 인정했던 부분이다.

광수가 진정으로 두려워했던건 장차 벌어질 옥순과의 파국이 아니라, 옥순에게 다가올 자신보다 더 잘난남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컸었다고 본다.

피구를 할때 광수모습을 보면 상당히 자신감이 없고 나약함을 볼수 있는데, 광수자신도 이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광수가 영숙을 선택한건, 영숙을 택하면 최소한 이러한 자신의 열등감과 두려움은 더이상 느끼지 않아도 될거라는 안심이 크게 작용한거다.

즉, 광수는 선택에 있어서 자신의 설렘보다는 열등감 해소가 가장 최우선적인 조건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