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1기부터 나는솔로를 보고 있어.
16기 빌런 축제다 할 때도 즐거움을 줘서 고마웠다는 마음이 앞설 정도로 빌런에 관대하다고 생각해. 영식 또한 이런 무너지는 경험을 한 번만 더 하고 나면 그 때는 인간으로서 성숙해지지 않을까. 화나기보다는 왜 나이에 맞는 경험을 못 했을까 안타까움이 앞섰어.

근데 옥순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로 화가 나.
마치 내가 좋아하는 특정 스포츠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느낌이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배신을 한 느낌이야. 우리는 그들이 화면에서 보이는 땀과 눈물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감정 이입을 하는 건데 옥순은 그야말로 시청자와 참가자들을 유린했어.

그래. 애초에 옥순이라는 일그러진 괴물이 뛰어놀도록 판을 깔아준 남PD도 문제지만. 나라면. 그리고 보통 사람이라면. 뛰어놀다가도 상철과 영수와 영식의 순도 100퍼센트의 열의를 맞닥뜨리면 흔들릴 것 같은데. 오그라들더라도 질풍이 되어주고 방파제가 되어준다잖아. 어떻게 그 사람 앞에서 '안녕하세요 옥순인데요 남자로 느껴지는 사람이 전혀 없네요 끝!'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옥순이가 원래 그래왔듯 이태원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자려는 사람도 많겠지. 옥순이가 바라왔던 20대 초반의 잘생긴 남자들도 수 없이 접근할거야. 근데 그렇게 한 바탕 화려한 거사를 치르고 나면 당신에게 무엇이 남을까. 당신이 묘사한 그 '상남자'들의 열기가 식으면 다시 또 나는솔로에 나오게? 당신은 멋진 남자들과 밤에 함께 하겠지만 당신이 겉으로나마 원한다 했던 진중하고 속 깊은 남자들은 당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장기적으로 함께 하려 하지 않을걸?

옥순이 싫어한 광수나 순자는 옥순과 꽤 닮아 있어. 보여지는 것에만 미친듯이 치중하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닦는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그래서 동족 혐오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옥순은 최악이야. 당신이 10년 뒤 침대에서 눈을 뜰 때 행복한 감정으로 마음이 충만할까. 전혀 아니라고 봐. 그리고 그런 사필귀정의 결과가 옥순 당신에게는 반드시 도래하기를 간절히 바라.

- 이상 나는솔로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