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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알의 분당에 얽힌 뻘글 하나

봉알(210.94) 2007.06.08 17:28:36
조회 553 추천 0 댓글 8

부동산 얘기하고 관계 없는 뻘글이니까 보기 싫으면 바로 백스페이스 누르고....



내가 분당에 맨첨 이사 왔을때에는 시야에 보이는 단지중에서
페인트 칠이 되어 있는 동이 딱 서너개 밖에 없었어.

새로 이사간 집은 이매동이었고, 우리 식구가 들어가서 살 이매동집 말고
칠이 되어있는 곳은 시범단지 삼성 한신 뭐 이정도 밖에는 없었거든.

이사 온 날이 기억나.
이삿짐 나르느라고 몸살이 났는데 동네에 약국이 없더라고,
신기하게도 중국집은 벌써 두개나 들어와 있던데 ㅎㅎㅎ
여튼 약지으러 엄마랑 같이 양재동까지 나갔다가 왔었지.



그땐 서울서 분당들어오는 버스가 딱 하나 있었는데 양재역이 종점이었어
운행간격은 30분에 한대였고 막차는 밤 9시30분. 그거 놓치면 끝장이었지.
택시를 타려고 해도 분당이 어디인지 아는 기사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
간신히 잡아서 타면 3만원을 부르더라.

요새는 모범타고 와도 2만원인데 15년전에 3만원이면 무척 큰돈이었지.
그래서 외박도 참 많이 했고, 집에서도 딱히 뭐라고 안했어.
택시비보다 차라리 자고 들어오거나 서울 시내에서 밤새고 오는 비용이 훨씬 쌌으니까.


입주하고 처음 여름을 보냈을때, 그땐 pc통신이 대 유행이었지.
특히 분당처럼 외진 시골 동네에 살다보니 해떨어지면 하고 놀 만한게 채팅밖에 없었거든.
어쨌든 그날 새벽도 열심히 채팅을 하고 있었는데 담배가 떨어졌어.


동네에 당연히 편의점이란것도 없었을 때라서 재떨이를 뒤져서 
꽁초 재활용이나 해야겠다 싶었는데, 내가 재떨이로 쓰던 펭귄 황도깡통에
그날따라 아주 농도가 짙은 가래를 뱉었네.... ㅡ.ㅡ


그냥 포기하고 있다가 보니, 딱 생각이 난거야.
언젠가 버스에서 졸다가 한참 더 가서 내렸던 시범단지 끄트머리.
거기에 당시 분당 유일의 담배 자판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지.



근데 수중에 돈이 없네...

책상서랍을 다 뒤지고, 책장 아래로 30cm 자를 넣어서 휘젓고 한 끝에
100원짜리 4개, 50원짜리 3개, 10원짜리 5개를 찾았지 ㅎㅎㅎ

그때가 88이 600원, 양담배가 700원 하던 시절이었거든


어쨌든 집을 나섰는데, 이매동 끄트머리에서 시범단지 끄트머리는 정말 멀더라.
새벽 1시쯤, 차 한대 안지나가는 적막한 분당 거리를 30분쯤 걸었나,
결국 그 자판기를 찾아내었고, 기쁜 마음으로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는데....


아풀싸..!!  내가 10원짜리를 한개 흘렸나.
자판기에 찍힌 숫자는
 
5....9....0



다시 주머니를 뒤져보아도 10원짜리는 없고..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이성을 찾고 주위에서 긴 나뭇가지를 하나 찾아냈지.
그걸로 자판기 아래를 훑기 시작했어. 자세가 잘 안나와서 땅바닥에 엎드려서
자판기 아래를 훑어댔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어.


난 오기로 그 앞에서 30분을 기다려봤어. 혹시라도 담배를 사러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10원만 얻어보려고 말이지.





당연히 아무도 안오지.

 



결국 590원을 다시 들고 집으로 향했어. 그 새벽에 소나기까지 내리더라.

터덜터덜 걷고 걸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침대위에 내팽개 쳤는데.

10원짜리가 다시 5개가 되었네. 도대체 이건 무슨 조화래.... ㅠ.ㅠ


어쨌든 난 정말 이 막장같은 분당이 싫다는 생각만 계속 하면서,
베게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자국을 얼굴 전체에 남긴채 잠들었지.


그리고 다음날, 약속이 있어서 집을 나섰어.
평소 나가던 뒷마당쪽 쪽문으로 안나가고 아주 간만에 앞문으로 나갔지.


그런데, 거기 편의점이 하나 있네.........ㅡ.ㅡ


전날 밤 아주 뻘짓을 한거지.

 



여튼 분당은 그 이후로 무척 발전을 했고 이제는 이렇게 부갤에서 분쟁을 일으킬 만큼의
큰 존재가 되었는데, 난 조만간 분당을 뜰것 같네.


분당이 갓난아기였을때부터, 청년이 되어버린 지금까지 쭉 보면서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떠나려니까 조금은 아쉽네.

다른 횽들은 말이지 분당이 살기좋고, 투자가치가 있는 동네로 보이겠지만
나한테는 그 이상의 뭔가 있는 동네야.
아마 분당이 다 허물어져가고 인근 다른 신도시들이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수십년 후에라도 나한테는 분당이 계속 특별한 동네로 남아 있을테고....

여튼, 다들 돈 많이 벌어서 좋은데 자기집 장만하고 잘들 살어.



뻘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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