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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야만인들 수도권 올라와 범죄--(1)

라도킬러(121.140) 2007.09.23 12:21:05
조회 384 추천 0 댓글 0

잊을 수 없는 그 사건<31>] 부천 초등생 유괴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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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5월 27일 저녁 경기 부천시 한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신대용 군(가명·당시 10세)이 집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때마침 신 군의 어머니 박정자 씨(가명·35)는 한 달 전 재혼한 황태식 씨(가명·47)와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고 집을 비운 상태였다. 신 군의 과외교사는 저녁 9시 반이 지나도 신 군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평소 착실한 모범생이던 신 군은 과외 시간을 어긴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가출할 애도 아니라는 것이 과외교사의 말이었다.

당시 신 군의 실종 소식은 이미 관내에서 발생한 또 다른 초등생 두 명의 실종사건과 맞물려 시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앞서 발생한 실종사건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골머리를 썩고 있던 경찰로서도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 발생 열흘 만에 검거된 범인은 다름 아닌 의붓아버지의 초등·중학교 동창생. 범인은 돈 문제와 어릴 적 고향친구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줬다. 부천 중부경찰서 근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구리경찰서 강력3팀 최종화 팀장은 다음과 같이 기억을 떠올렸다.

“어른들의 문제로 인해 아무 죄 없는 아이가 희생된 끔찍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지 3년이 훨씬 지났지만 얼굴과 온몸이 청색 테이프에 휘감긴 채 싸늘하게 죽어있던 신 군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광범위한 통신수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용의자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자백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피가 바싹 말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건 당일 오후 신 군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아파트 놀이터였다. 다행히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신 군이 검정색 점퍼를 입은 남자와 얘기를 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또 “대용이가 ‘얘들아, 나 ○○ 간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동네 아이들의 진술도 있었다. 이런 점들로 보아 신 군이 유괴·납치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다음은 당시 상황에 대한 최 팀장의 설명.

“신 군이 낯선 남자와 얘기를 나눈 후 행적이 묘연하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납치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직감한 우리는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는 부천 남부서에 초등학생이 실종됐다는 두 건의 신고가 들어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상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 사건마저 해결 못하면 끝장난다는 각오로 임했다. 수사팀은 목격자들의 진술에 등장한 수상한 남자의 신원 및 행방을 추적하는 동시에 신 군 부모의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신 군은 어머니 박 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황 씨는 신 군의 의붓아버지였다. 수사팀은 우선 신 군의 친모와 계부 주변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심의 여지가 있는 인물들을 추려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신 군이 실종된 당일을 전후해 부모에게 걸려온 통화 내역 등을 조사했다.

탐문 수사 결과 한 가지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그간 익명의 남자로부터 계부 황 씨의 전처에게 종종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이었다. 이 남자는 황 씨의 전처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에 가봐라’는 식으로 귀띔을 해주곤 했다는 것. 또 신 군의 어머니 박 씨에게도 수차례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수사팀은 이들에게 걸려온 전화의 발신지를 추적, 전화를 건 수상한 남자가 주로 부천과 동대문, 수원 등지로 움직인 사실을 파악해냈고 통화내용 분석을 통해 이 남성의 윤곽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최 팀장의 얘기.

“조사 결과 계부 황태식 씨는 신 군의 어머니 박정자 씨와 3년간 교제 끝에 사건 발생 한 달 전 결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 씨는 전처와 이혼하기 전부터 박 씨와 연인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따라서 황 씨의 전처에게 전화를 건 남자는 이들의 사이를 잘 알고 있는 동시에 둘의 관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유력하게 용의선상에 떠오른 인물은 계부 황 씨의 친구 최동석 씨(가명·47). 최 씨는 황 씨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으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였다. 다음은 최 팀장의 설명.

“사업실패 후 한동안 택배업에 종사했던 최동석은 사건 당시 무직이었다. 와이프와 딸을 둔 가장으로 가정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형편이 썩 좋지 못한 상태였다. 최동석은 당시 놀이터에서 목격된 점퍼 입은 남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했으며 괴전화의 발신지를 분석한 결과 최 씨의 동선과 일치했다. 또 최동석이 사건 당일 부천에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최동석은 사건 발생 이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광희동의 한 여관에 셋방을 얻어 은신하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 더구나 그가 기거하던 여관방의 옷장 안에서 목격자들이 봤다는 ‘검정색 점퍼’도 발견됐다. 처음에 신 군의 아버지 황 씨는 ‘최동석이 동대문에 거주하고 수원에서 택배를 하기는 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정황상 최동석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심증이 이미 굳은 상태였다. 우리는 최동석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수사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다. 용의자 최 씨는 범행 혐의에 대해 무조건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했다. 사실 최 씨가 범인이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연행한 뒤 48시간 이내에 자백을 받지 못하면 직접 증거가 없는 한 그를 풀어줘야 할 상황. 결국 석방 예정시간을 12시간 남겨둔 5일 아침 최 팀장이 직접 나섰다.

“통신수사로 뽑아낸 자료들을 들이대며 추궁했다. 최동석은 ‘사건 당일 부천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대용이를 납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는데 정말 난감했다. 수사팀은 이미 대용이가 납치된 후 살해됐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나는 생각 끝에 신 군의 계부를 불렀다. 그리고 ‘아무리 부인해도 이미 경찰은 네가 한 짓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처벌을 적게 받고 네가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려면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대용이의 시신이라도 찾아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득하라고 요청했다. 나는 이어서 신 군의 친모를 투입했다. 그리고 ‘무조건 최동석 앞에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대용이를 찾아서 따뜻한 곳에 묻어주게끔 해달라고 사정하라’고 일렀다.”

신 군의 부모는 최 팀장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이어지는 최 팀장의 얘기.

“친모 박 씨는 최동석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는 잘못이 없잖아요. 어린 게 무슨 죄가 있어요’라고 애원하며 매달렸다. 나는 다시 계부 황 씨를 투입시켰다. 당시 최동석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어린 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등 가족애가 남달랐다. 최동석은 자신이 구속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가족들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이를 이용했다. 황 씨로 하여금 ‘내가 네 가족들 책임질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게 했다. 그랬더니 그때까지 꿈쩍도 않던 최동석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곤 내 시선을 쓱 피하더니 고개를 숙이더라. 마음의 동요가 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추궁했다. 그랬더니 최동석의 입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 ‘아! 이제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시점에서 왜 죽였냐는 식의 질문 따윈 필요치 않았다. 범행동기나 범행수법 등 이런저런 것들을 캐묻다보면 어렵게 이끌어낸 자백을 번복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두말하지 않고 ‘가자! 차 대기시켜’라고 외쳤다. 그리고 최동석의 고백에 따라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작동터널 인근 야산 계곡에서 신 군의 사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사건 당일 최 씨는 과외시간 전 집 근처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신 군에게 접근, 택배용 오토바이를 이용해 유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부의 친구로 평소 신 군과 안면이 있던 최 씨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 군을 유괴할 수 있었다.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 큰 미용실을 경영하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신 군의 어머니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서였던 것.

하지만 최 씨는 사건 당일 신 군의 부모가 신혼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이를 납치해놓고 돈을 요구하기 위해 신 군의 어머니 박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해외에 있던 박 씨는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범행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최 씨는 당황한다. 신 군이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최 씨는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사건 당일 인적이 드문 야산계곡으로 신 군을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최 씨는 왜 하필 친구의 어린 아들을 상대로 이처럼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조사 결과 최 씨는 평소 신 군의 계부이자 자신의 오랜 친구인 황 씨에게 심한 마음의 응어리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최 팀장의 얘기.

최동석은 황태식 씨와 전라도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사이로 그후 소식을 모르고 살다가 3년 전 동창모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고 한다. 어린 시절 최동석은 황 씨보다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그런데 성인이 된 후 사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업에 실패해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던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 씨는 잘나가고 있었다. 부동산업을 하던 황 씨는 수년 전부터 박정자 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박 씨는 대형 미용실을 경영하는 등 사업수완이 뛰어난 데다가 상당한 미모를 지닌 여성이었다. 게다가 나이도 열두 살이나 연하였다. 별 볼 일 없던 황 씨가 젊고 아름다운 데다가 능력까지 갖춘 여성과 사귀며 거들먹거리는 것이 최동석으로서는 더없이 배가 아프고 질투가 났던 거다. 그래서 최동석은 황 씨의 전처에게 전화를 걸어 밀애 사실을 귀띔하는 동시에 박 씨에게도 전화해 황 씨와의 재혼을 만류했던 것이다.”

오랜 친구 사이였지만 사건 무렵 최 씨는 황 씨에게 심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 씨가 친구 황 씨에게 본격적으로 반감을 갖게 된 계기는 돈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어지는 최 팀장의 설명.

“어릴 적 친구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으로 시작된 ‘분노’에 돈 문제가 개입되면서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사업에 실패해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최동석은 황 씨에게 3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사실 막역한 친구사이라 해도 돈을 빌리는 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해서 상당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 시절 자기와는 비교도 안 되던, 보잘것없던 친구에게 돈을 빌리자니 얼마나 마음이 쓰렸겠나. 최동석에 따르면 친구 황 씨가 ‘그러마’ 해서 황 씨가 운영하는 부동산에 찾아갔는데 사람을 앞에 두고 계속 거드름을 피우며 딴 짓을 하더라는 거다. 빌려주겠다는 돈 얘기는 하지 않고 계속 딴 짓을 해대니 돈을 빌리러 간 최동석으로서는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돈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것도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았던 거다. 어정쩡하게 눈치만 봤나 보더라. ‘어릴 적 찌질하던 녀석이 이제 돈 많은 마누라랑 여유 있게 산다고 이렇게 사람을 앞에 두고 무안을 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최동석의 범행에 불을 지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황 씨를 향한 최동석의 분노는 이내 복수의 화살이 되어 그의 의붓아들에게로 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황 씨는 친구 최 씨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엔 수사팀 또한 “아무 문제없는 친구사이로 지내왔다”는 황 씨의 말에 최 씨를 용의선상에 올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뒤늦게 최 씨는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라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범행 전후 최 씨의 행동과 사건 당일 신 군을 납치·살해하기까지의 치밀한 과정으로 볼 때 단순한 우발범행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수사팀원들의 얘기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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