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유럽은 곡물 유통 상인을 적폐로 규정했다. 본인들이 먹을 것도 아님에도 밀을 많이 구매하여 마진을 붙여 팔았기에 밀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들 때문에 최종 소비자인 시민들이 피해를 받는다고 믿었다.

  당시 상황을 현재 시대상에 반영하면 다주택자들은 본인이 거주할 것도 아님에도 여러 채를 쓸어 담아 집값을 올리는 개새끼들이라는 비난과 일치한다. 그래서 당시 유럽에 속한 국가들은 오직 농부만이 유통 상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중간 마진을 없애고 최종 소비자가 곡물을 싸게 사도록 만들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곡물 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한다. 어째서인가. 물건 종류가 오직 하나뿐인 가게는 망하기에 곡물 장사가 되려면 구색을 갖춰야 했다.

  당연히 농부들은 자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자신이 생산하지도 않는 다른 곡물을 사는데 지출했고, 유통업의 특성상 다른 부대 비용도 들어갔으며, 결국 자신의 전 재산을 곡물 생산에 투자했을 때보다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자본을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

  끝이 아니다. 기존에는 농부들이 농사만 잘 지으면 그만이었으나 이젠 곡물 유통까지 해야 하니 시간과 에너지가 분산되어 생산성도 박살 나기 시작했다. 인간이 한 가지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면 생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다.

애덤 스미스는 곡물 중간 상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곡물 생산량을 늘려 곡물 가격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하였다. 자유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다. 게다가 흉년일 때나 곡물 가격이 폭등하여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구조이며 그마저도 시민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처먹으며 돈을 번다 하였다.

  1997년과 2008년에 수많은 다주택자가 집값 폭락으로 망했지만, 그들은 그 누구의 동정도 받지 못했다. 어차피 돈 벌려고 투기한 놈들이니 고놈 참 잘 죽었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다주택자들의 집값이 다시 폭등하고, 그들의 인생이 역전하니 온 국민은 미친 듯이 그들을 힐난하기 시작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당신이 그들과 같은 부류라면 정신 좀 차려라. 언제까지 그 모양 그 꼴로 한심하게 살 것인가. 결국 다수의 요구가 권력이 되는 민주사회의 특성상 부동산 세법은 다주택자에게 불리하도록 개편되었으며, 시장 개입에 의한 부작용이 가속화되어 집값은 2배에서 3배가 올랐다.

  다주택자들은 건설 시장에 많은 자본을 유치한다. 미분양 터진 아파트를 그들이 싹 다 쓸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1주택자들이 쓸어간다고? 진짜? 그런데 왜 1주택자냐?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좀 그만해라.). 파산 직전까지 간 건설사들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 기적같이 살려내는 것이 다주택자다.

  자본이라는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건설사들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 수급 균형이 맞춰지고 주택가격은 안정을 찾는다. 실례로, 다주택자를 양성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8년 가까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켰다.

  1주택자들은 제공할 수 없는 전세 매물을 다주택자들이 마구 쏟아내니 한동안 전세가도 안정되었다. 물론, 이명박 정권이 세종시 개발을 통해 많은 인구를 내려보낸 것도 서울 주택 가격 안정에 영향을 주었다.

  다주택자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허상의 허수아비를 두들겨 패고, 소수와 다수를 갈라쳐 그 분노의 에너지를 빨아 먹으며 표를 챙기는 이들이 역겹다.

  역겨워서 토악질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