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부의 흐름을 읽는 키워드는 커피와 평창이다. 안목항 일대 커피거리는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며 강릉의 커피산업에 불을 지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교동·유천택지지구 땅값이 들썩이고, 동해안 최고 럭셔리 리조트도 들어섰다. 지속적인 관광브랜드화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숙제다.
“이 많은 커피전문점의 맛과 향이 모두 다르다니 언제 다 맛보고 가나.” 3월 13일 저녁 강릉시 견소동 안목항 커피거리에서 만난 중년 여성들은 탄성을 질렀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홍모(48) 씨는 “말로만 듣던 안목항 커피거리를 보려고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왔다”며 “바람과 파도가 있어 커피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라고 했다. 해가 지면서 바람이 거세졌지만 해안도로엔 연신 차가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잠시 바닷바람을 쐬고는 총총히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강릉이 변했다. 경포대, 신사임당과 오죽헌 정도로 기억되던 강릉에 ‘커피의 성지’라는 브랜드가 추가됐다. 횟집보다 커피점이 더 많은 안목항이 중심지다. 1980년대 중반만해도 변변한 상가 하나 없던 이곳은 커피를 만나 강릉의 새명소가 됐다. 2002년 커피커퍼가 처음 생긴 후 카루소, 이탈리코, 산토리니, 씨엘, 엘빈 등 이름도 건물 모양도 다양한 커피점이 늘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네스카페, 할리스커피 등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눈에 띈다. 커피점마다 개성도 뚜렷해 산토리니는 핸드드립 커피로 유명하고 엘빈은 다양한 디저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날도 30여 개의 커피점이 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강릉본부가 발표한 ‘커피시장 현황 및 강원지역 커피산업 발전방안’ 보고서를 보면 강릉지역의 커피점은 2012년 말 265개로 최근 4년간 연평균 60% 증가했다. 강릉의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횟집 수에 근접한 수치다. 풍광이 수려한 안목항(현 강릉항), 해돋이 명소 정동진, 경포대 등에 형성된 카페촌을 바탕으로 커피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커피, 강릉의 오랜 잠을 깨우다
최근 몇 년 새 강릉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주는 추세였다. 한때 연 1500만 명 관광객을 유치했던 강릉은 10년새 260만 명이나 급감했다. 강릉지역에선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관광상품 브랜드로 커피를 꼽고 있다. 국내 커피계의 전설로 불리는 바리스타의 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커피농장과 커피박물관, 커피공장까지 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강릉커피축제가 열리고, 대학 등을 통해 강릉에서만 한 해 5000명의 바리스타가 태어난다. ‘커피의 성지’가 과장된 말이 아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강원지역의 커피 가공업체 수는 전년 말보다 14개 증가한 44개에 이른다. 특히 강릉은 2011년 5개에서 2012년 12개로 급격히 늘었고, 지난해도 10월말까지 4개 업체가 신설됐다.
한국은행 측은 “강릉시의 성공적인 커피 도시 브랜드 정책은 관광객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뿐만 아니라 커피산업 발전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 관련 산업이 강릉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행객이 증가하자 주변에는 숙박업소와 식당도 덩달아 늘고 있다. 퇴락하던 남문동 구도심도 카페와 소극장이 문을 열면서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초 나흘간 열린 제5회 강릉커피축제에는 30만 명이 다녀갔다. 강릉시 공보담당관실의 안정철 계장은 “커피가 강릉 지역경제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릉의 커피산업 활성화는 커피 부자 세 명의 영향이 크다. 커피 마니아의 성지로 불리는 커피점 ‘보헤미안’을 연 커피 명인 박이추 씨, 커피공장을 차린 김용덕 테라로사 사장, 커피박물관을 운영하는 최금정 커피커퍼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커피를 기반으로 재산을 늘린 강릉의 신흥부자이기도 하다. 안 계장은 “지난 5년간 커피축제에 강릉을 찾은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는다”며 “선구자 몇 분이 길을 뚫은 덕에 여름 휴가철 반짝 장사에 만 목을 매던 지역사회 전체가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게 됐다”고 했다.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강릉에서는 의사와 함께 커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신흥부자로 꼽힌다. 강릉엔 제조업체라고 해봐야 옥계 쪽에 라파즈한라시멘트 정도다. 큰 산업이 없어 신흥부자가 생기기 힘든 구조다보니 커피산업이 각광받는다. 김상철 하나대투증권 강릉지점장은 “부산이나 울산, 대구 부자들 대부분이 지역 주력산업의 1·2차 밴딩(협력회사) 오너나 임원들인데 이곳은 대기업이나 제조업체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강릉 부자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물려받은 재산을 기반으로 임대업이나 자영업 등을 통해 다시 부를 키우고 있다.”
김 지점장의 말처럼 커피거리 일대 주변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소유주들의 재산은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를 보면 안목항 중심지는 1990년 3.3㎡(1평)당 30만원이었으나 2000년에는 108만원으로 올랐다. 커피거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2006년부터는 363만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2013년 기준 이곳의 공시지가는 3.3㎡당 최고 528만원으로, 20년 사이에 최고 16배까지 올랐다.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더 높은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동계올림픽 앞두고 부동산 들썩
커피가 강릉 관광산업 부활의 신호탄 격이라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강릉 지역 최대의 개발 호재다. 특히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교동택지지구에 중산층이 몰리면서 신흥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강릉 내 유일한 택지지구로 강릉IC와 7번, 35번 국도가 가깝고 강릉의 명문 학군인 율곡초등학교와 관동중학교가 있어 동해·삼척시에서 이주해 오기도 한다. 강릉 주민 사이에서는 ‘택지에 산다’는 말이 부의 상징이 될 정도다. 2017년 개통 예정인 KTX 강릉역이 가깝고,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경기가 펼쳐질 경기장이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3월 13일 점심 무렵에 찾은 교동 택지지구는 넓은 도로와 줄지어 선 아파트가 경기도의 신도시와 어딘지 닮아 있었다. 교동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3.3㎡ 당 2012년 1분기 472만원에서 2013년 1분기 495만원으로 올랐고 올해 2월말 515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홍제동(495만원), 견소동(450만원)에 비해 비싸다. 특히 2009년 입주한 교동 롯데캐슬 111㎡(33평)가 2억4000만원, 195㎡(59평)가 3억800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교동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주거 선호도가 높아져 매매나 전세 물건이 거의 없고 일부 단지의 경우 전세비율이 90%를 넘는다”며 “토지거래 제한구역으로 묶인 평창과 달리 강릉은 개발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은 2009년 이후 신규택지 공급이 없다. 이 때문에 교동택지지구와 길(동해대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유천택지지구가 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부지조성 공사를 마친 상태. 지난해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단독주택지 62필지에는 1559명이 몰려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포기한 1필지가 재분양에 부쳐지자 645명이 몰렸고, 분양 현장에서 웃돈 1억7000만~1억8000만원이 붙는 진풍경까지 펼쳐졌을 정도다.
이곳에는 일반 아파트와 함께 동계올림픽 올림픽선수촌과 미디어촌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릉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이곳이 서울의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처럼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3월 입주 예정인 우미린 아파트를 분양대행하고 있는 삼일산업의 정환식 이사는 “강릉지역은 큰 평수의 인기가 높다”며 “기존 아파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강릉 최초로 4베이(Bay) 구조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교통 호재 등으로 강릉지역 부동산시장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탈 것이란 분석이 많다. 2017년 원주와 강릉을 잇는 KTX가 개통되면 서울~강릉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든다. 최근 강릉시는 400억원을 들여 KTX의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역 위치가 확정되면 토지거래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서울과 원주를 연결하는 제2영동고속도로와 서울과 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도 2016년 개통돼 서울·수도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강원도 중에서도 특히 KTX 개통을 앞둔 강릉의 개발 재료가 무궁무진하다”며 “사실상 수도권 지역으로 편입되는 셈이어서 인프라 확장에 따른 장기적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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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제목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구 지정
- 평창, 강릉, 정선 지역 5개 특구 11개 지구에 총 3조 3,063억 원 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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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하여 관광·문화·주거·산업 기능이 융·복합된 ‘올림픽 명품도시’ 조성을 목표로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평창 동계올림픽특구가 본격 개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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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교동 아파트값 3개월새 2,300만원 껑충 ◇강릉시 교동 체육시설단지에 건설될 예정인 아이스하키I 경기장의 조감도. |
동계올림픽 공사 본격화 … 강릉 부동산 시장 들썩강릉시 교동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발주된 원주~강릉복선전철사업의 직접적인 수혜지인데다 올해부터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시설공사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피겨·쇼트트랙, 아이스하키Ⅰ 경기장 건립=30일 도에 따르면 추정가격 633억원가량의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건립공사가 다음 달 중 발주된다.
현재 조달청과 발주계획을 검토 중으로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된다. 이 경기장은 강릉시 교동 체육시설단지에 들어설 예정으로 관급자재비 143억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는 811억원이다. 도는 상반기 중 시공사를 선정한 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추정가격 480억원 규모의 아이스하키Ⅰ 경기장 건립공사도 발주가 임박했다. 아이스하키I 경기장은 강릉시 교동 체육시설단지 내 연면적 2만3,523㎡ 부지에다 1만석의 좌석을 설치한다. 이처럼 강릉지역에 대규모 경기장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지역 땅값 및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교동 인근 아파트 집값 껑충=교동에는 이들 경기장과 함께 강릉실내빙상장, 아이스하키II, 쇼트트랙 경기장 등이 인근에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이 일대 아파트 단지의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조성으로 주변 환경 개선은 물론 교통 편리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997년 입주가 시작된 교동 대림아파트는 2006년 85㎡(전용면적 기준) 규모의 매매가격이 8,500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억3,400만원에 거래되어 2006년에 비해 58%나 상승했으며 올해 3월 현재 기준 시세도 1억2,500만원에 달했다.
강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 단지인 교동 e편한세상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85㎡의 매매가가 2007년 8월 1억5,930만원에서 지난해 말 2억원으로 4,000만여원이 수직 상승했다. 현재 85㎡의 최고 시세는 2억2,300만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 부지에 첫 분양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이 시작돼 지역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공사인 우미건설에 따르면 강릉 유천지구 우미린의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최고 3.0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전 타입 모두 순위 내 청약 마감됐다.
유천지구는 강릉시 홍제동, 유천동, 교동 일원 67만98㎡ 규모의 택지개발지구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기자들의 미디어촌·선수촌을 포함해 4,9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다. 아울러 문화체육시설은 물론 대규모 근린공원과 방송국, 상업 및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땅값도 올랐다=경기장 신설로 토지보상액이 가장 많이 풀리는 곳도 강릉시 교동이다.
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 집계 결과 토지보상액은 총 512억원. 이 중 417억원이 이미 지급됐다.
이에 따라 인근 땅값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강릉종합경기장 남동 측 인근 주택 및 상가 혼용지대의 ㎡당 지가는 2005년 33만원에서 올해 40만5,000원으로 7만5,000원이 뛰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각종 개발 호재가 잇따라 나오면서 강릉의 집값과 지가까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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