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인 조카가 있습니다.(서울 강북 소재 공고 정보통신계열과)

조카의 진로문제 때문에 디씨갤러들의 조언을 듣고자 합니다.

작년 하반기때부터 시간 있을 때마다 조카의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했는데 처음에는 대학에 가고 싶어하더라구요. 성적은 제가 알기론 하위권이지만  일본애니메이션을 하도 열심히 본 덕에 일본어 성적은 좋더군요. 100점도 맞아오기도 하구요. 당장의 성적으로는 집 인근 전문대학에는 갈 수 있다고 하는데 본인은 4년제를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공은 딱히 정해놓지 않은 상태구요. 애니메이션쪽을 염두하는 듯 했지만 그리 열의가 있어보이진 않았습니다.

대학 가는 것 좋죠. 그런데 문제는 성적과 경제력이지요.

이 아이가 공부하는 것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요.  집에 있는 시간이면 컴퓨터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방학 때면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구요. 진로에 대한 목표가 있으면 그에 대한 노력을 해야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또 조카네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 조카네(큰아주버님네)사는 집 시어머님의 전세집입니다. 전세보증금은 시어머님 최후의 재산이라 그것만은 절대로 건드릴 순 없지요. 제가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꼭 쥐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누구한테도 전세계약서 맡기지 말라고 당부드렸지요.(예전에 아주버님들께서 장사한답시고 어머님 아파트도 날리고 돈도 날리고 그랬다고 하네요.)

큰아주버님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시고, 교통사고로 4급 장애입니다. 오토바이퀵으로 생계를 꾸리시는데 벌이가 요 몇 년사이 좋지 않으시다고 합니다. 한부모가정이라 조카들 급식비,학비 지원받고 있구요.

어찌어찌 대학합격해도 등록금이 문제입니다. 신용에 문제가 있어 학자금대출 힘들테고, 다른 가족명의로 대출한다해도 아주버님이 매달 대출금 납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가족간에도 신용이 안좋은지라..)

3형제 중 형편이 그나마 나은 저희 집도 조카 대학등록금 내줄만큼의 여유는 아닙니다. 우리 아이도 공부시켜야하니까요.

저번 주말에 조카와 오랜만에 얘기를 해보니 요즘 일본어 학원에 다닌다고 하네요. JPT1급이 목표라고 합니다. (시어머님은 손자가 공부하는 모습 못 봤다네요. 일본어가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는 외국어라해도 JPT1급 우습게 볼 게 아닌데...저도 작년에 방송대 일본학과에 입학해 공부중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일본에 갈거라네요.

일본에서 무엇을 하려고 가느냐고 물었더니 행정학을 공부한답니다. 행정학이 무슨 학문인지, 공부해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더니 대답 못하더군요.(제가 원래 대학에서 사회과학쪽 전공했습니다.) 요리나 만화, 애니, 게임제작등을 공부하고 싶다면 이해하겠는데.. 행정학이라니 ...

일본에 간다치고, 당장 어떻게 생활할거냐고 했더니 아는 사람과 같이 지낸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학비와 생활비 번다구요.

만약 아는 사람과의 얘기가 틀어지면 한국에서 갈 때 적잖은 돈을 가지고 가야하는데(일본의 주택임대방식에 대해 설명해줬죠.)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할거냐고 했더니 역시 묵묵 부답...(결국 그 돈은 가족의 부담이 되겠죠.) 아는 사람한테 당장 신세진다해도 어느정도 돈은 지니고 가야할테고 말이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군대문제는 어떻게 할거냐고 했더니 군대 안가고 싶다고 합니다. 저와 남편은 건강에 이상없다면 어차피 가야할 군대 하루라도 빨리 가는게 시간낭비를 줄인다고 말해주긴 했습니다만(더구나 유학을 갈거라면요) 결국 아버지(큰아주버님)께 군대 가기 싫다고 방법 좀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큰아주버님 자기는 장애인이니 동사무소에서 빼달라면 빼줄거라고 말했구요.(장애인가족이면 군대 안 갈 수 있나요. 금시초문인데...) 

조카의 진로라는게 아직까지는 뜬구름 잡기 식인 듯 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일본에 가서 언어,문화 문제에 부딪히며 힘들게 일하며 공부하는 노력의 반이면 한국에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군대 문제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오래 시간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을거다.

아직까지는 건장한 대한민국 남자가 제대로 군복무를 마치는 것은 여러모로 사회생활에 있어 긍적적으로 작용한다.

행정학을 공부할 경우 보통 공무원 시험, 공-사기업 입사가 목표일텐데 일본에서 행정학을 공부해서 일본기업이나 일본인도 아니면서 일본 공무원 시험볼 거냐. 아니면 박사학위까지 따서 학자의 길을 갈거냐.

이왕 일본 유학이 목표라면 너의 능력 안에서 일본에서가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분야나 일본이 앞서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에 돌아와서라도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라고 얘기해두긴 했습니만...저도 갑갑하네요.

솔직히 남편의 지인도 여럿 일본에 유학 겸 취업하러 갔다와서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온지라 무조건 응원해주긴 쉽지 않네요. 물론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일본어는 잘 배워와 한국에 돌아와서 일본계기업에 들어갔지만 남편의 지인들은 한국에서 대학도 나오고, 또 한국에서 IT쪽 회사에 다녔던 경험이 있어 경력이 보탬이 된거죠. 사실 한국으로 돌아와 재취업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성적,경제적문제로 인해 선택의 폭이 그만큼 적은 조카가 안됐다싶기도 하고...

제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준들 조카가 귀담아 듣지 않으면 그만이구요..

혹여..조카가 귀가 얇아 남의 감언이설에 홀딱 넘어갈까 염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