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워킹홀리데이 3기 출신이었지.
(전공은 일문과)
3학년때인가...후배 몇 놈이 갑자기 안 보이다가 1년 정도 있다가 복학하더라고. 그것도 군대 갔다온 놈들이
뭐했냐고 물어보니까 일본 워킹홀리데이비자 따서 갔다왔다더군.. (그 땐 워킹비자가 뭔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나도 별 생각없이 가 볼까 하고 군대 갔다 학교에 늦게 입학한 친한 형하고 같이
어찌어찌 신청했는데 비자를 땄어. 그 때는 지금 비자 정원의 1/3 정도인 1,500명 정원이었고 중국애들이 엄청나게 땄던 때라
비자 나오면 정말 운 좋은 거였지.

알바자리는 초빙교수로 와 계셨던 민단쪽 관계자분께서 추천해 준다고 하셨고
숙소도 알아봐 준다고 하셨는데......

2001년 11월 27일... 비행기를 타고 동경에 도착... 
교수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시는 거임.
순간 당황했다. 그 교수님만 철썩같이 믿고 대책없이 어떻게 돈만 마련해서
날아왔는데.....

같이 온 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봄... ㅡ.ㅡ;
나야 전에 어학연수도 1개월동안 나고야에서 해 보고 싸구려 배낭여행도 해 봤지만
그래도 뭘 아나... 게다가 동경은 나도 처음인 걸..

배가 고팠다. 50만엔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전재산이라 이렇게저렇게 쓰다가 거지될 거는 뻔했기 때문에
편의점 가서 105엔짜리 제일 싼 오니기리 4개하고 딸기우유 초코우유 작은 거 하나씩 사서 나눠먹었다.

벌써 거의 8년 전 일이지만 그 오니기리 맛은 잊을 수가 없지..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먹었던 거니까.. ㅋㅋㅋㅋ

아 둇댔다...... 이제 어카냐.....
게다가 교수님 한국핸드폰 전화번호 적어놓은 수첩을 집에 놔두고 왔네그려.
그래서 부랴부랴 집으로 전화하고 해서 간신히 교수님과 통화 가능.
진짜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더라.

"여보세요? 교수님."
"어, 그래 ㅇㅇ이... 일본 갈 준비는 잘 되고 있는거야? 여기 집인데 (한국 숙소였음)"
"예? 저희는 지금 동경인데요?"
"어잉?"
"교수님 11월 25일날 동경으로 들어가신다면서요"
"무슨 소리야. 자네들 12월달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학사일정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12월 3일에나 갈 것 같다고 말 안했었나?"
"하 참...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준비성이 없어서... 12월 3일날 오후께나 일본 연락처로 다시 연락해라. 그 동안은 어디 호텔에서 지내라고"

딸깍!

아..... 조때따.... 교수님이랑 말이 안 맞았네..

내가 살아온 날 중에 제일 곤혹스러웠던 때가 그 때가 아니었나 싶다. - 1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