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디단 중소기업 사무실, K는 가장 구석 허름한 착상에 앉아 일한다. 지잡&공고 출신 동료들은 인서울 4년제 행정학과를 졸업한 K를 이유없이 갈구는게 일상이다.

K는 퇴근 후, 주말마다 공부한다. 목표는 7급 공무원.

어느날 오후, 사무실은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하다. 그때 K의 스마트폰 진동이 울린다.

[2024년 7급 공채 필기시험 합격자 공고가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게재되었으니 확인바랍니다.]

K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했고 면접 대상자가 되었음을 재차 확인했다.

며칠 후 K는 사직서를 제출한다. 동료들은 놀란 눈으로 K를 바라본다. “야 임마 정말 붙은 거야?” K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인다.

K가 사무실을 떠나는 날, 그의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앖이 비어 있었지만 직장 사람들은 그 자리만 자꾸 쳐다봤다.

평소 K의 업무 요청 메시지를 씹고 그를 깔보던 경리가 퇴직한 K에게 카톡을 보내고, 공고 출신 대리는 K에게 한 턱 쏘라고 했지만 정작 그가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K가 떠난 이후 약속이라 한 것처럼 직장 사람들은 어깨가 축 쳐져 지내고 있다. 이런 어수선함을 깨고자 사장이 큰 소리로 말한다.

“내가 그동안 너무 풀어줬나봐. 일이 편하니까 시험공부를 하지. 오늘부터 업무는 FM으로 관리한다. 알았어? 네에?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